BNK경남은행에서 500억 원대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 사고가 발생하자 금융감독원의 검사 관행과 은행의 허술한 감사 체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7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은행은 자체적으로 영업점과 본부를 대상으로 ‘자점 감사’를 실시해왔지만 2016년부터 7년간 500억 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적발하지 못했다. 경남은행은 본부 대상으로는 일일·월간 감사를, 영업점에 대해서는 일일·주간·분기 감사를 진행했다.
이번 횡령 사고는 경남은행 투자금융그룹 투자금융영업본부 투자금융부에서 발생했는데 본부가 월간 감사 대상인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84차례의 감사를 벌였는데도 횡령 징후조차 감지하지 못한 셈이 된다. 특히 경남은행이 횡령 혐의를 받는 투자금융부 부장 이 모 씨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것도 이 씨가 횡령 외 다른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무늬만 자체 감사’를 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 통제 책임이 있는 은행 감사직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된다. 경남은행뿐 아니라 앞서 600억 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던 우리은행도 금감원 출신이 감사직을 맡았다는 점에서 감사 역할이 아닌 정보 수집 창구 역할에만 치중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경남은행은 지난해 4월 금감원 손해보험검사국 및 거시감독국 검사기법연구소 소장, 기술보증기금 기획담당이사를 담당했던 새 상임감사를 선출했다. 이 씨의 횡령은 2016년부터 이뤄졌지만 금감원 출신 새 감사가 선출된 지 한 달 뒤인 5월에도 발생했다.
잇따른 횡령 사고가 결국 금감원의 검사 시스템과 상시 감시 체계에서 비롯됐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은 검사와 별도로 금융사를 대상으로 상시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사의 재무 상태 등을 분석하고 미비하다고 판단되면 금융사에 개선을 요청하는데 급변하는 금융회사의 환경이나 이슈가 반영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감원이 검사를 나가도 은행 자체 감사 내용 등을 기본 자료로 활용하다 보니 비위 사실을 파악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회사는 내부 통제 등 법규 준수 여부를 주기적으로 의무 점검해야 하지만 그 ‘방식’은 정해져 있지 않다. 금융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금융사가 형식적인 자점 감사를 벌인 뒤 자료를 제출하면 금감원은 비위 사고를 걸러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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