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화장실·샤워장 등 기초 시설 설치를 위해서만 올해 51억 원 규모의 국고보조금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5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쓰고도 화장실 위생 불량 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보조금은 예산 외에 국가에서 특정 목적을 위해 지원하는 만큼 예산 당국이 보조금 전용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올 상반기 전북도에 새만금 잼버리 기반시설 설치 등의 목적으로 국고보조금 51억 3600만 원을 교부했다. 내역을 구체적으로 보면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마련에 21억 7400만 원, 화장실·샤워장·급수대 등 야영장 조성에 26억 5250만 원이 편성됐다. 이 밖에 잼버리 개최지에 야영안전센터·물놀이시설 등을 설치하기 위한 비용으로 3억 950만 원이 교부됐다.
올해 전북도에 지급된 보조금 총액(약 51억 원)은 잼버리 사업을 위해 올해 여가부에 편성된 예산(95억 원)의 절반이 넘는다. 여가부는 보조금 지급 결정 당시 전북도에 송부한 통지서에서 교부 목적으로 ‘새만금 잼버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사업 지원’을 꼽았다.
문제는 잼버리 개영 직후부터 시설 부실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특히 위생 시설인 화장실·샤워장 관리 부실은 직격탄이 됐다. 영국 스카우트연맹 측이 “수천 명이 사용한 화장실이 정기적으로 청소되지 않았다”며 “주최 측에 실망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잼버리조직위원회는 개최지 인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화장실 청소에 투입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재정 당국이 고강도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북도·잼버리조직위 등에 투입된 보조금이 방만하게 집행됐는지 점검한 후 필요하면 환수 조치까지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 이미지가 훼손된 만큼 당국이 최대한 빨리 (부실 대응) 사안을 조사해 관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보조금이 깜깜이로 쓰이지 않도록 사후 검증 시스템도 철저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