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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KT, 새 리더십으로 혁신하라

IT부 허진





“KT 수장 후보로 경쟁사 출신 임원이 정해졌다는 게 낯섭니다. 그것을 몰랐을 리 없는 이사회가 이런 결정을 한 데는 결국 전문성을 최우선에 뒀기 때문이 아닐까요.”

KT 대표이사 후보로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이 결정된 데 대한 한 통신사 관계자의 평가다. 그의 말대로 오랜 진통 끝에 이달 4일 KT의 차기 사령탑 후보로 김 전 사장이 내정됐다. KT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김 후보자에 대한 주주들의 의견을 묻고 최종 선임 여부를 결정한다. 전문성을 갖춘 인물인 데다 절차를 더 미루는 데 대한 부담이 커 무난하게 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사회의 파격적인 결정을 두고 여러 평가가 교차한다. LG CNS에 남긴 김 후보자의 족적도 호불호가 갈린다. 그는 전 회사에서 7년간 일하며 가장 먼저 느슨해진 기업 문화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역량 테스트를 보게 하고 경쟁력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쳐냈다. 주말이 쪼그라든 아픔, 뼈를 깎아야 하는 자기 개발의 고통에 반발도 터져 나왔지만 김 후보자가 떠난 후 오히려 필요한 일을 했고 그가 추동한 경쟁력 강화가 그룹 내 회사 위상과 직원 임금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KT는 지난해 약 25조 6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만여 명의 임직원이 힘을 합쳐 달성한 성과다. 이러한 성과에도 업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KT에서 중요한 것은 실력보다는 눈치, 경쟁력보다는 줄 서기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민영 기업으로 전환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공기업적 관행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마찬가지다. 경쟁사인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함께 같은 해 8021명이 힘을 모아 매출 21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격차가 좀 나지만 임직원 1인당 매출을 따지면 KT의 비효율을 가늠할 수 있다.

KT가 오래 앓아온 문제들을 생각하면 김 후보자와는 궁합이 괜찮을 것이라는 평가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여러 정·관계 인사들을 거쳐 먼 길을 돌아온 만큼 KT도 이제는 새로운 리더십을 바탕으로 임직원들이 힘을 모아 ‘고객 삶의 변화와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시점이다. 사령탑을 바꾼 KT의 앞날은 물론 정치 논리에서 가벼워진, 전문성을 앞세운 소유분산기업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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