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팔이 미국 달러와 일대일로 가치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페이팔USD(PYUSD)를 출시했다. 업계에선 글로벌 금융사의 진출로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장이 커지면 블록체인 대중화도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페이팔은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으로 PYUSD를 내놨다고 밝혔다. ERC-20 토큰인 만큼 이더리움 생태계와 손쉽게 연동이 가능하다고 페이팔은 설명했다. PYUSD는 바이낸스 스테이블코인 바이낸스USD(BUSD)를 발행한 팍소스가 발행한다.
댄 슐만(Dan Schulman) 페이팔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통화로의 전환은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와 손쉽게 연결되는 디지털 기반의 안정적 수단을 필요로 한다”면서 PYUSD를 출시한 배경을 전했다. 웹3 결제 환경에서 고객과 기업, 개발자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팍소스는 이날 코인텔레그래프에 “주요 금융 기관으로서는 최초로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하면서 페이팔과 팍소스는 블록체인 기술의 실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과 달리 가치가 안정적인 가상자산이다. 8일 오후 7시 26분 코인마켓캡 기준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약 1251억 달러(약 164조 7567억 원)다. 테더사가 발행한 USDT 시가총액이 제일 높고, 그 뒤를 USD코인(USDC)가 따르고 있다. 이들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거래 및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에서는 활발히 쓰였지만 결제 영역에서는 존재감을 크게 발휘하지 못했다. 이선영 쟁글 애널리스트는 “페이팔은 전세계 4억 3100만 명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총 결제금액(TPV, Total Payment Value)은 1조 3640억 달러에 달한다”면서 “PYUSD 도입으로 스테이블코인이 디파이를 넘어 결제에도 사용된다면 블록체인 대중화가 한층 앞당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글로벌 기업으로는 메타(구 페이스북)가 지난 2019년 법정통화 바스켓 기반 스테이블코인 리브라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전세계 당국의 반발에 부딪혀 중단했다. 이후 메타는 프로젝트 명을 디엠으로 바꾸고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고 재시도했지만 역시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실패했다. 이번 페이팔의 행보에 업계 이목이 쏠리는 배경이다. 이안 카츠(Ian Katz) 캐피탈 알파 파트너스(Capital Alpha Partners) 매니징 디렉터는 “페이팔은 메타처럼 특수한 경우는 아니지만 연방준비제도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높은 인지도의 회사”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 2월 SEC는 BUSD를 미등록 증권으로 간주하고, BUSD 발행사 팍소스를 제소한 바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대표 금융사의 스테이블코인 출시로 관련 규제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페이팔의 스테이블코인 출시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력은 당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애널리스트는 “현재 모든 한국 사이트에서는 페이팔 정책에 따라 국내 계정으로 결제가 불가능하고, 페이팔 시장 점유율도 낮다”면서 “국내 결제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다만 그는 웹2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출시 사례가 많아지면 “미국에서 연관 제도가 마련되고, 국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도 발맞춰 이뤄질 것”이라 기대했다.
/도예리 기자 yer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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