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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로, 주가 상승에 매각 좌초 위기…소액주주 피해 우려 [시그널]

매각 소식 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두 배 급등

가격 부담에 거래 불발 시 회생절차 수순

회생 시 헐값에 매각 가능성 높아 소액주주 손실

카프로 울산공장 전경.사진제공=카프로




매각이 추진 중인 카프로락탐 생산업체 카프로의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인수자의 가격 부담으로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주가 급등으로 거래가가 올라 매각이 불발될 경우 결국 회사는 워크아웃(기업재무개선)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 헐값에 팔려 기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인 카프로 주가는 최근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다 이날 4거래일 만에 처음 하락 마감했다. 장 초반 15% 넘게 오르며 주당 1896원을 기록하기도 했던 카프로는 이후 하락 전환해 전일 대비 4.04% 하락한 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는 소폭 하락했지만 매각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3일 주가 대비 여전히 두 배 넘게 오른 수준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600원대에 머물렀던 카프로의 주가는 4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4거래일 동안의 카프로 주가 상승률은 110.5%에 달한다. 이 기간 카프로의 시가총액은 266억 원에서 560억 원으로 불어났다.

업계에서는 적정 기업가치를 초과한 카프로의 현재 주가 추이가 이어지면 일반적인 절차대로 회사가 매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구주 매각을 골자로 하는 인수·합병(M&A)은 시가와 관계 없이 매도인과 매수인이 합의해 매매가를 결정하는 반면, 카프로 매각 구조는 시가를 기준으로 신주 가격이 결정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이기 때문이다. 신주 발행가는 유상증자 이사회결의일 전일을 기산일로 하여 과거 1개월·1주일·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의 단순평균과 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중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약 10%의 할인율을 적용해 결정한다. 회사의 적정 기업가치와는 별개로 주가가 거래 가격을 결정짓는 셈이다.



매각이 지연돼 제때 유상증자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카프로는 연말쯤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 결국 회생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나일론의 원재료인 카프로락탐을 생산하는 카프로는 오랜 기간 국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렸지만 중국 업체들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적자 기업으로 몰락했다. 2012년 240억 원 규모 적자로 돌아선 후 지난해에도 1222억 원의 손실을 내는 등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고, 올 3월에는 범위제한으로 인한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을 받아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올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2000%가 넘어 유상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카프로의 주가가 치솟은 것은 회사가 가진 유형자산 규모와 우수한 인력 등 잠재 투자가치가 높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울산에 소재한 공장을 포함해 카프로가 보유한 토지와 생산설비 등은 총 5000억 원의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되면 인수자가 주가와 관계없이 신주 발행가를 임의로 결정해 싼 값에 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며 "낮은 가격에 대규모 유상증자가 진행되면 주가가 올랐을 때 주식을 매입한 기존 소액주주들의 경우 보유지분이 희석돼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965년 국영기업으로 출범한 카프로는 1974년 상장하는 과정에서 효성티앤씨가 지분 20.0%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지분 19.2%를 확보해 공동 경영을 맡았다. 한때 시가총액이 1조 5000억 원에 달했던 카프로의 경영권을 두고 두 회사가 분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카프로의 실적이 꺾이자 앞다퉈 보유 지분을 정리하는 등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말 12.75%였던 지분을 시장에서 대부분 처분했고, 지분 9.56%를 보유한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올해 1월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에서 ‘단순 투자’로 바꿨다.

카프로는 회사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올 4월 본업인 카프로락탐 생산을 중단했다. 회사 매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수소, 황산, 암모니아 등으로 생산 품목을 전환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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