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의 비이자이익을 키우기 위해 부족한 투자금융(IB)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BofA)·씨티·웰스파고 등 미국 주요 은행의 올 1분기 실적을 보면 IB 업무 및 중개 수수료로 올린 이익은 총 13억 8000만 달러(약 1조 7619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KB·우리·신한금융 등 국내 금융지주 3곳이 올린 관련 이익(1099억 원)을 크게 웃돈다. 미국 은행들은 지난해에도 매 분기 평균 13억 8700만 달러의 관련 이익을 거뒀다. 그만큼 IB 업무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글로벌 은행과 국내 금융사 간 IB 역량 격차가 벌어진 이유로 부족한 ‘트랙 레코드(업무 실적)’가 꼽힌다. IB 업무는 얼마나 많은 투자금과 투자자를 끌어올 수 있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데 국내 금융사가 경쟁사에 비해 굵직한 딜을 소화한 경험이 한참 부족하다 보니 투자자를 모으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의 전략 담당 임원은 “IB 시장은 일찌감치 진출한 글로벌 은행들이 중요한 거래를 도맡아 하고 있다”면서 “IB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레퍼런스와 투자자 네트워크가 탄탄해야 하는데 글로벌 은행을 통한 거래로 쏠리다 보니 신규 진입자로서는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IB 시장에 독자 진입이 어려운 만큼 신디케이트론(공동 대출)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개별 금융사의 절대적인 실적이 부족한 만큼 일종의 연합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시장 진출 경험이 많은 국책은행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동남아시아 같은 경우 다양한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데 현지 시장에서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이 쌓아온 나름의 레퍼런스가 있다”면서 “국책은행이 주도해 국내 은행 간 컨소시엄을 구축하고 현지 시장에 공동 진출할 길을 열어준다면 국내 은행이 보다 빠르게 거래 실적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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