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국가 예산 규모가 올해보다 3%가량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이후 7년 만의 최소 증가 폭이다. 올 상반기에만 40조 원에 육박하는 세수 펑크가 발생하자 정부가 고강도 지출 다이어트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3일 관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11일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에 내년도 예산상 총지출 증가율을 3%대로 잡고 예산을 편성 중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총지출이 638조 7000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도 총지출은 658조~663조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8월 발표된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 예산 규모로 전망된 669조 7000억 원보다 10조 원가량 적은 수치다.
총지출 증가율이 3%대 초반까지 떨어지면 2017년(3.6%)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 속 총지출 증가율은 2019년 9.5%까지 치솟았다가 윤석열 정부가 건전재정으로의 전환을 약속한 뒤 올해 5.1%까지 낮아졌다.
정부가 재정 허리띠를 더욱 죄는 것은 올해 세수 결손이 당초 예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올해 1~6월 상반기 국세 수입은 178조 500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견줘 39조 7000억 원 줄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세수 감소 폭이다.
남은 하반기 세입 규모가 지난해와 같다고 가정해도 올해 국세 수입은 정부 전망치보다 44조 원 이상 적은 356조 원에 불과하다. 여권 관계자는 “세수 상황만 고려하면 지출 증가율을 오히려 마이너스로 가져가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최대한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기재부는 앞서 각 부처에 내년도 예산안을 다시 편성하라고 주문하며 지출 효율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바 있다. 특히 모든 국고보조금 사업과 연구개발(R&D) 예산 등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구조 조정 규모는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의 24조 원대를 웃돌 수 있다.
다만 내년 경기 흐름이 불안정하다는 점은 부담이다.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9%로 종전 수준을 유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총지출 증가율을 2%대로 떨어뜨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여당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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