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 최초로 개설한 수소 발전 시장의 첫 입찰 결과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입찰 규모가 시장 대기 물량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만큼 작은 데다 소규모 사업자들이 진입에 실패하면서 분산 전원의 취지도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수소 발전 입찰이라는 의미 있는 첫발은 뗀 만큼 제도 개선을 통해 수소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의 발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무색한 분산 전원…발전소 3곳이 89% 독차지=13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일반 수소 발전 입찰 결과 설비 용량 1㎿ 미만의 소규모 발전 사업자 신청 물량은 1건도 선정되지 않았다. 최종 낙찰자는 중대규모 사업자 5곳으로 이마저도 3곳이 전체 물량의 88.6%를 차지하며 당초 분산형 전원 확대라는 취지가 무색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분산형 전원이란 대형 발전소에서 한 번에 전력을 생산해 송배전하는 대신 수요가 있는 곳 근처에 소규모 발전 설비를 분산 배치하는 방식을 뜻한다. 전력 계통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재난 시 독립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도 분산형 전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당초 소규모 발전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평가 지표에서도 1㎿ 이하 소규모 발전 사업자들은 100점 만점에 40점을 차지하는 비가격 요소의 계통 수용성 평가에서 모두 만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입찰 가격을 낮춘 중대형 발전소가 낙찰받으면서 결국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증명된 셈”이라며 “대규모 사업자 위주로 흘러갈 경우 하반기 입찰 시장에서도 분산형 전원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평가 항목 중복으로 발전 단가 인하 착시 효과도=이번 입찰 시장 성과로 정부가 내세우는 단가 인하 효과도 평가 항목 중복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부는 발전 기술 간 경쟁으로 이번 평균 입찰 가격이 과거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대비 약 10% 정도 낮아졌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평가 항목상 중복 혜택이 단가 인하 효과를 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항목이 열 활용과 부생수소 활용이다. 열 활용 발전소의 경우 연료전지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폐열을 따로 판매해 수익을 내는데 이는 가격 요소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열 활용이 비가격 요소에도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 포함돼 혜택이 이중 적용됐다는 것이다.
부생수소도 마찬가지다. 현재 가장 저렴한 수소로 발전 원가를 낮출 수 있어 가격 요소에서 혜택을 받는데 비가격 요소에도 ‘부생수소 활용’ 측면에 배점이 부여돼 중복 혜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중복 혜택에 따른 저가 입찰을 기술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 효과로 보는 것에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6GW 물량이 대기 중…턱없이 부족한 시장 규모=입찰 규모가 연료전지 시장 규모와 비교해 너무 작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마중물이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전 사업 허가를 받은 연료전지 발전소 대기 물량은 설비 용량 기준 약 6GW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정부가 입찰하는 연간 일반 수소 연료전지 물량(200㎿)의 30배 수준이다.
국내 시장이 쪼그라들면 연료전지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연료전지 수출 물량 누적 1GW, 수출액 누적 3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연료전지 수출 규모와 비교해 10배가 넘는 양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료전지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국내에서 보급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는 해외 수출 활성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시장의 성장과 진흥을 위해 입찰 규모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춘 기술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글로벌 연료전지 시장에서는 전력 생산 효율이 높은 3세대 연료전지로 꼽히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연료전지 시장 누적 점유율은 1세대 연료전지인 인산형연료전지(PAFC)가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해만 놓고 보면 SOFC가 60% 이상을 점유하는 등 최근 성장세가 뚜렷하다. 국내에서는 SK에코플랜트와 두산퓨얼셀이 각각 공장을 짓고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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