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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이] '오펜하이머' 그저 인간이었던 죽음의 신의 일대기

영화 '오펜하이머' 리뷰

원폭의 아버지,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인생

킬리언 머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치열한 연기력

이론부터 연출까지…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천재성 돋보여

영화 '오펜하이머' 스틸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죽음의 신이 된 남자, 원폭의 아버지라고 알려진 오펜하이머의 이야기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손에 의해 영화로 탄생됐다. 킬리언 머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맷 데이먼, 플로렌스 퓨 등의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은 덤이다.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는 미국의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가 닐스 보어(케네스 브래너)의 조언으로 적응하지 못하던 케임브릿지 대학을 떠나 괴팅겐 대학으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 이후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인류의 운명을 바꾸는 원자폭탄을 발명하는 과정, 그리고 매카시즘으로 인해 스파이로 몰려 추락하는 모습까지 담아낸다.

영화 '오펜하이머' 스틸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작품의 초반부부터 크리스토퍼 놀란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를 제시한다. 제우스 몰래 불을 뺏어 인간들에게 선사한 프로메테우스는 그 벌로 바위에 묶여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때 불멸의 존재인 프로메테우스는 몸이 망가져도 재생되기에 끊임없는 고통을 안게 된다.

이는 인류의 평화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원자폭탄을 발명한 그의 의지와 달리 애달픈 결말을 맞은 오펜하이머의 인생과 닮아있다. 역사 속에 큰 이름으로 남아 누군가에게는 구원자로, 누군가에게는 죽음의 신으로 불리며 환호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그의 인생은 프로메테우스의 결말과 비슷한 엔딩을 맞이한다.

영화 '오펜하이머' 스틸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오펜하이머'는 각각의 청문회를 마주한 두 인물, 오펜하이머와 루이스 스트로스 제독(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시점을 교차시키며 진행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작 '메멘토'와 비슷한 형태로, 비율이 다른 흑백과 컬러 화면을 넘나들며 여러 시간대를 섞어 보여준다. 이로 인해 클라이맥스에 다다른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의 대화 장면이 더욱 웅장한 임팩트를 얻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연출이 대단한 이유는 단지 이러한 시퀀스의 나열 순서만이 아니다. 그는 공감각적인 부분까지 신경 써 관객들을 주인공의 마음속으로 초대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 폭탄의 영향으로 미국의 승리가 정해지자 사람들은 오펜하이머를 향해 발로 바닥을 차며 구호와 같은 소리를 내고 환호한다. 이때 사람들이 바닥에 발을 굴리는, 마치 곧장이라도 땅이 무너질듯한 소리는 오펜하이머의 신념과 가치관이 위태로운 경계에 서는 장면마다 등장한다.

영화 '오펜하이머' 스틸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게다가 CG를 최대한 쓰지 않고 영화 만들기를 좋아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답게 시각적으로 눈여겨볼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IMAX 전용 흑백 카메라로 촬영한 청문회 장면들을 비롯해 세계 최초의 핵 실험이었던 트리니티 실험을 당시 실제 실험과 가장 비슷한 형태로 구현한 장면은 명장면 중 하나다.

오펜하이머가 스쳐 지나간 실제 역사를 구현해낸 디테일 또한 흥미롭다. 트리니티 실험 당시 소소하게 있었던 과학자들 사이의 에피소드, 산스크리트어를 비롯해 다양한 언어에 능통했던 그가 사랑했던 여인 진(플로렌스 퓨)에게 산스크리트어로 책을 읽어주던 순간, 트루먼 대통령을 만났을 당시 나눴던 대화와 같은 이야기들을 그대로 담아내 관객들의 흥미를 돋운다.

영화 '오펜하이머' 오영이 리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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