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적자가 이어지고 재무 건전성 우려가 계속되는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외부에서 자금을 차입하거나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한편 예적금 금리를 다시 끌어올리면서 수신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14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고 1000억 원 규모의 단기차입금을 도입하기로 의결했다. 차입 금액은 자기자본 2268억 원 대비 44.09%에 달하며 차입 형태는 금융기관 차입이다. KB저축은행도 지난달 중순 1000억 원 규모의 단기차입을 결정했는데 이는 자기자본(2496억 원)의 40.06%에 해당한다. 두 저축은행은 단기차입금 증가의 배경에 대해 “유동성 관리 및 조달 기반 다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부 자금 부족에 대비하고 혹시나 모를 ‘돈맥경화’를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도 잇따르고 있다. HB저축은행은 이달 초 215억 원가량의 신주를 발행해 자금 조달에 나섰다. OK저축은행은 지난해 1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데 이어 올해 3월 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으며 애큐온저축은행도 올 상반기 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4200억 원), 대신저축은행(500억 원)도 같은 달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저축은행 업계가 올 들어 지속적으로 자금 확보에 나서는 것은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의 재무 건전성 악화 우려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79개 저축은행들은 올해 1분기 523억 원의 순손실을 냈으며 2분기에도 600억 원 이상의 적자가 전망된다.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저축은행 연체율은 5.1%로 2016년 말(5.83%) 이후 6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분기 역시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본 확충을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개선하려는 목적도 있다”며 “올해 증자에 나선 일부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말 BIS 비율이 금융 당국 권고 수준을 밑돌면서 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커진 은행”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저축은행의 주요 자금 조달 창구인 예적금 잔액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당히 줄었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들은 차입을 늘리고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보함과 동시에 수신 금리도 다시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의 6월 평균 수신 금리(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는 연간 4.08%로 5월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신용협동조합이나 새마을금고, 단위 농협의 수신 금리가 같은 기간 0.07~0.08%포인트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저축은행중앙회가 공지하는 이날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도 4.06%로, 한 달 전 4%대를 돌파한 후 소폭 증가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121조 3572억 원까지 확대됐던 저축은행 업계의 전체 수신 잔액은 올 들어 계속 줄다가 6월 들어 소폭 확대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수신 금리를 올리는 게 중장기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뜩이나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다른 상호금융권보다 금리를 높이는 것을 오래 유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금리를 내리는 시기가 오면 수신 자금은 다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당장의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면 될 듯하다”며 “궁극적으로 저축은행 업황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부실 문제부터 정상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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