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중국에서 전기차 가격을 4% 가량 인하했습니다. 지난해부터 가격인하 경쟁을 촉발한 테슬라가 또다시 가격을 내린 행보를 두고 업계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옵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그만큼 성장세가 꺾였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우선 제기됩니다. 이에 더해 테슬라가 토종 브랜드에 밀리고 있어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가격 인하를 택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모델Y 롱레인지·퍼포먼스, 260만원 인하
15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중국에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모델Y 가격을 14일부터 1만 4000위안(약 257만원) 인하한다고 공지했습니다. 모델Y 롱레인지의 가격은 기존 31만3900위안에서 29만9900위안으로, 모델Y 퍼포먼스의 가격은 기존 36만3900위안에서 34만9900위안으로 낮아졌습니다. 대략 4%정도씩 가격이 내려간 셈입니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지난해 말부터 수 차례 가격을 내려왔는데 이번에 추가로 가격을 인하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심상치 않은 행보라고 보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잇따른 가격 인하는 현지 전기차 시장이 공급 과잉 국면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테슬라의 지난달 중국 내 판매량은 6만4285대로 6월보다 31%나 감소하며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전월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촉발한 적극적인 가격 인하 정책에도 불구하고 7월에는 테슬라 브랜드의 인기가 중국에서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中 친환경차 7월 판매, 전월 대비 3% 뚝
시장 전체 데이터로 봐도 중국 전기차 시장이 움츠러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CPCA에 따르면 7월 신에너지 승용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소매 판매는 총 64만7천대로 지난해 같은달보다는 33% 증가했으나 6월과 비교해서는 3% 감소했습니다.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는 경고가 커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전기차 수요가 둔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와중에…비야디는 월간 판매 기록 경신
물론 이것만으로는 테슬라의 파격적인 가격 인하 행보를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승승장구하는 비야디(BYD)의 판매 호조세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입니다. 비야디는 지난달에만 중국에서 26만대 이상의 친환경차를 판매하며 월간 기준으로 첫 26만대를 돌파했습니다. 이에 따라 비야디의 월간 점유율은 처음으로 40%를 넘어섰습니다. 올해 상반기 비야디는 125만5600대를 판매해 이 기간 테슬라의 중국 내 판매 88만9000대보다 41%가 많았는데 7월 들어 격차를 더욱 벌렸습니다.
머스크 “수익성 압박에도 가격 인하”
머스크는 가격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그는 지난달 2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마진이 압박을 받더라도 추가로 가격을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테슬라의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은 9.6%로 전년(14.6%)에 비해 5%포인트나 축소됐음에도 가격 인하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것입니다.
테슬라가 가격을 떨어뜨려 전기차 보급 확대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단순히 차량 판매에 따른 수익성만 생각하지 않겠다는 데에 있습니다. 북미에선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에선 토종 전기차 회사들이 추격하고 있어 점유율을 지키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전기차 보급 이후 자율주행 등 구독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까지 중요하다는 게 머스크의 전략입니다. 테슬라의 이번 가격 인하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또다시 불러올 파장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업계가 테슬라의 전략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테슬라 관련 소식을 쉽게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