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양강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기술력에서 앞선 두 회사가 최근 생산능력까지 확대하고 있어 당분간 경쟁 업체들의 추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요가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HBM 공급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반도체 시장 부진 속에서도 시장 반등을 이끌 첨단 제품에 대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HBM 공급량이 2024년까지 비트 기준으로 연간 105%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급증하면서 공급 업체들이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장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두 회사 모두 선제적인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은 “올해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인 10억 Gb(기가비트) 중반을 넘어서는 고객 수요를 확보했고 하반기 추가 수주에 대비해 공급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수요 성장을 주도할 고용량 더블데이터레이트(DDR)5와 HBM3에 필요한 캐파(생산능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고성능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최신 제품(4세대)인 HBM3의 제품 비중이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전체 HBM 점유율 중 8% 수준에 그쳤던 HBM3는 올해 39% 수준으로 높아진 뒤 내년에는 6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HBM 경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앞서나가는 양상이다. SK하이닉스는 4세대 HBM인 HBM3를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다. 내년에는 후속 제품인 HBM3E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는 4분기부터 HBM3와 5세대인 HBM3P를 출하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두 업체의 선두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HBM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0%, 미국 마이크론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격차를 빠르게 좁혀 올해와 내년에 두 회사가 똑같이 최대 49%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두 회사의 경쟁 속에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내년 3~5%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HBM3의 수요 증가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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