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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살리자며 규제 풀더니…1년도 안돼 바뀐 정책에 시장 '혼란'

금융당국, 50년 주담대 제한 등

대출 급증에 선제적 대응 나서

이달엔 4대銀 주담대 잔액 감소

은행 "어느 장단 맞추냐" 불만

금융감독원이 1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이준수 은행·중소서민 부원장 주재로 17개 국내 은행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금감원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며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금리 상승기 고객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은행권에 협조를 요청했던 금융 당국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태도를 바꾸면서 금융권 안팎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체계를 손보겠다는 등 가계대출을 점검하겠다고 나서면서 ‘땜질식 대응’으로 혼란만 키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차주들이 DSR 규제로 원하는 만큼의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자 만기를 길게 해 대출 한도를 늘리고 있고 은행들 역시 이를 대출 영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50년 만기 주담대를 신청할 수 있는 차주의 연령을 제한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으며 DSR 규제하에서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소득 산정 체계를 손볼 가능성도 대두됐다. 실제로 전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DSR의 적정성과 합리성을 유지하는 데 소득 산정 체계가 적정한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이준수 금감원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금융 당국은 가계대출 취급 실태에 대한 종합 점검을 실시하고 은행들의 대출 규제 준수 여부 및 여신 심사의 적정성, 가계대출 관리 체계, 분할 상환 방식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은행들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불과 올해 초만 해도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목적으로 대출 규제 완화를 주도했던 당국이 1년이 채 되지 않아 다시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로 지적된 50년 만기 주담대 역시 금리 상승으로 인한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당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인데 오히려 가계대출을 늘린 요인으로 지목된 점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가계대출이 조금씩 늘자 그동안의 완화 기조와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면 은행 입장에서는 혼란만 가중된다”고 말했다.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주담대가 집중돼 있는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오히려 감소했다. 16일 기준 4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417조 964억 원으로 7월 말보다 9021억 원 줄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대출 잔액이 8월 들어 감소세로 바뀌고 있다”며 “너무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50년 만기 주담대에 연령 제한을 둘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서는 새로운 규제가 생기기 전에 상품을 빨리 이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이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연령을 규제 기준으로 삼는 것은 ‘세대 간 갈라치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과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당국 일각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최근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제도를 바꾸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50년 만기 주담대의 나이 제한 추진도 형평성이나 공평성 문제 때문에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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