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3사가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R&D) 비용을 1년 만에 20% 넘게 늘리며 초격차 기술력 확보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이 자랑하는 하이니켈 배터리에 안주하지 않고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와 중국이 독점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상용화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18일 각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삼성SDI(006400)·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올 상반기 지출한 연구개발비는 총 1조 2190억 원으로 전년 동기(9971억 원) 대비 22% 가량 늘었다. 삼성SDI가 5147억 원에서 5822억 원으로 13% 증가했고 LG엔솔은 3784억 원에서 4707억 원으로 24% 늘었다. SK온의 경우 1040억 원에서 1661억 원으로 60%나 확대했다.
‘게임 체인저’ 선점 경쟁서 주도권 잡는다
국내 배터리 3사는 R&D 투자를 강화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존 하이니켈 배터리에서 전고체 배터리와 LFP 배터리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주행거리를 1000㎞ 이상으로 늘려주고 화재 위험성을 크게 낮춰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는 2027년부터 양산이 시작돼 2035년께 전체 배터리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삼성SDI는 수원 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세우고 올 6월 시제품을 생산했다. 올 하반기부터 고객 납품 샘플을 만들고 2027년 양산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LG엔솔은 고분자계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동시에 개발 중이다.
中 독점 LFP 배터리도 양산 앞둬
국내 배터리 3사는 중국이 독점하는 LFP 배터리 양산에도 속도를 낸다. 인산과 철을 혼합해 만든 LFP 배터리는 성능이 하이니켈 배터리보다 떨어지지만 20%가량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중저가형 전기차 라인업이 확대되고 신재생에너지 시장 성장에 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 활성화로 LFP 배터리 수요는 급성장하고 있다.
LG엔솔이 국내 3사 중 처음으로 LFP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며 삼성SDI도 울산 공장에 LFP 배터리 라인을 증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온이 올해 3월 공개한 LFP 배터리는 저온 환경에서 주행거리가 급감하는 단점을 크게 보완했다. K배터리의 이 같은 추격에 중국이 반격에 나섰다. 세계 최대 배터리 회사인 중국 CATL은 16일 충전 성능을 개선한 LFP 배터리 신제품 ‘선싱’을 전격 공개했다. 가오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0분 충전으로 약 400㎞, 완전 충전 시 최대 700㎞까지 주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 간 배터리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배터리 3사는 국내 거점을 중심으로 R&D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외에서는 기술 유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LG엔솔은 오창공장을 글로벌 기술 허브인 ‘마더 팩토리’로 육성하기 위해 2026년까지 총 4조 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SK온은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4700억 원을 들여 전고체 배터리 등 R&D 인프라를 확장할 예정이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ESS 등 배터리가 들어가는 분야가 확대되면서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우주선·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산업 배터리에 대한 선행 연구도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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