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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부림 사건 한 달 만에 또 대낮 성폭행…불안에 떠는 신림동

백주대낮 신림동서 연달아 흉악범죄

주민들 자주 찾던 등산로에서 발생

1인 등산 꺼리고 서로 '조심하라' 주의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에서 30대 남성이 여성을 강간하고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사진은 범행 장소. 김남명 기자




대낮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과 연결된 야산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인근서 칼부림으로 4명의 사상자가 나온 후 같은 지역에서 또 강력범죄가 발생한 것이다. 백주대낮 도심 한가운데서 한 달 만에 흉악범죄가 두 건이나 발생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19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신림동 공원 내 등산로에서 30대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해 체포된 최 모(30) 씨에 대해 강간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전날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최 씨는 지난 17일 오전 성폭행을 할 목적으로 이 공원을 찾아 피해자를 물색한 뒤 양손에 너클을 착용한 채 때리고 성폭행했다. 최 씨에게 폭행 당한 피해자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틀째 중태에 빠져있다.

인근 시민들에 따르면 범행 장소는 평소 동네 주민들과 등산객이 자주 오가던 등산로로, 인적이 아주 드문 곳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근처에 거주한다는 60대 여성은 “집에 누워있다가 심심하면 올라올 정도로 자주 찾았던 길”이라며 “등산객도 많이들 오는 곳이라 여기서 범죄가 발생했다는 게 의아하다”고 말했다.

누구나 자주 오가던 길에서 강력범죄가 발생하자 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강아지와 함께 현장을 지나던 50대 여성은 “평소에 반려견과 산책하기 위해 많이 올라온다”면서 “이 길은 하루에 100명도 더 넘게 다니는 곳인데 이런 장소에서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고 했다. 평소 산행을 즐긴다고 말한 70대 여성은 “이제 혼자서는 절대 못 다니겠다”며 “으슥한 산길만 피하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혼자 등산하는 것 자체가 무섭다”고 토로했다.

일부 주민들은 서로 “조심하라”며 주의를 주기도 했다. 인근 주택가에서 거주하는 70대 남성은 불안한 마음에 지나가던 행인들을 붙잡고 “여기 등산로에서 사건이 발생한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으며 “조심히 다니라”고 알렸다. 휴대폰만 쳐다보면서 지나가는 행인에게는 “혼자서 다닐 때는 뒤를 잘 보고 다녀야 한다”며 “세상이 흉흉해서 무슨 일을 당할 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신림동 주민은 아니고, 부모와 함께 금천구 독산동에 거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는 공원 내 등산로를 범행 장소로 정한 것에 대해 “평소 집과 가까워 운동을 위해 자주 방문하면서 CCTV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동네 지리에 익숙한 최 씨가 공원까지 걸어서 이동한 뒤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보고, 등산로 입구의 CCTV를 분석해 최 씨의 동선을 복원 중이다.

신림동에서 잇따라 흉악범죄가 발생하면서 주민 불안이 극도로 커지자 관악경찰서는 관내 공원과 야산 등지에 ‘산악순찰대’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사건 현장을 찾아 “예상 밖 범죄들이 자꾸 일어나는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되도록 감시 사각지대를 없애고 범인들의 범죄 욕구가 자제되도록 인공지능CCTV 등을 최대한 많이 설치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최근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이 최대한 줄어들 수 있도록 예방책을 강구하는 특별 TF를 만들어 가동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간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와 25개 자치구·서울경찰청과 합동으로 실시하던 공원 점검 대상을 등산로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청과 함께 주요 등산로 등 범죄 우려 지역에는 CCTV나 블랙박스를 추가로 설치한다. 시민들에게도 현수막 등을 통해 단독 산행보다는 2인 이상 그룹산행을 권유하는 등 계도할 방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경찰청에 현장 치안 활동 강화를 긴급 지시했다. 전날 총리실에 따르면 한 총리는 “‘묻지마 범죄’가 연속 발생해 경찰청이 무기한 특별치안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일상생활이 이뤄지는 공간에서 강력범죄가 다시 발생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경찰청장은 112 신고와 강력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 공원과 둘레길 등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장소에 순찰을 대폭 강화하는 등 범죄예방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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