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주가조작 이익에 2배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 시행령에 대해 돌연 제동을 걸자 금융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입법 예고한 시행령 및 감독 규정을 거둬들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21일 금융위는 18일 입법 예고한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감독 규정을 22일 자로 전격 철회한다고 밝혔다. 법무부와 대검찰청 등이 하위 법령에 관해 더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에 따르면 법무부와 대검찰청 등은 이달 16일 관계 부처 회의에서 금융위에 “좀 더 심도 있게 논의하자”고 의견을 냈다.
앞서 국회는 올 6월 주가조작과 미공개 정보 이용, 사기적 부정 거래 등 3대 불공정거래 위반자에 대해 형사처벌과 별도로 부당 이익의 최대 2배를 징벌적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부당이득을 산정하기 곤란할 경우에도 40억 원까지 과징금을 부여할 수 있게 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등 주가조작 사태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범죄의 주된 동기인 경제적 이익을 마땅히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취지로 마련한 법이다. 이 법은 7월 18일 공포돼 내년 1월 1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시행령 개정안으로 과징금 부과 기준, 부당이득에 대한 구체적 계산 방식, 자진 신고 시 과징금 감면 절차 등을 규정해 후속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금융투자 업계는 금융 당국의 입법 예고가 타 부처의 의견에 곧바로 발목이 잡힌 상황 자체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검찰이 수사·처분 결과를 금융위에 통보하기 전에도 당국이 검찰총장과 합의만 하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나아가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금융위가 범죄 혐의를 검찰총장에게 통보한 지 1년만 지나면 수사가 끝나기 전에 과징금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했다.
금융위는 법안 시행일이 내년 초인 만큼 법무부 등의 의견을 듣고 시행령 최종 개정안을 다음 달 중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가조작 과징금 2배는 그대로 두되 세부적 기준은 시간을 두고 검토하자는 의견이 법조계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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