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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폭염 이긴 가을 꽃게, 하선 즉시 마트 매대로"

금어기 해제 첫날 새벽 격포항 가보니

꽃게 성장과 조업량 확인하는 첫순간

선주·바이어 표정에서 긴장감 감돌아

가을꽃게는 확보한 물량이 곧 매출로

"상징성·중요성 커…꽃게 전쟁인 셈"

포장 시작 세 시간 뒤엔 점포로 직송

日원전수 방류…고객 불안감이 과제

21일 오전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 정박한 운반선에서 작업자들이 꽃게를 하역하고 있다. 사진 제공=롯데마트




21일 새벽 전북 부안 격포항. 부둣가에 서서 수다를 떨던 어민들의 눈빛이 오전 5시를 기점으로 진지하게 변했다. 이들의 시선이 쏠린 곳에는 운반선들이 물살을 가르며 항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금어기가 풀린 이날 자정부터 갓 잡은 꽃게를 가득 싣고서다.

작업자들이 홋줄을 묶어 선박을 고정한 뒤 어창을 열었다. 6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 이어진 금어기 동안 산란된 꽃게의 성장 상태와 조업량을 확인하는 첫 순간이었다.

크레인이 곧바로 꽃게를 하역하기 시작했다. 부둣가에 늘어선 선주들의 눈에도, 구두를 신고 셔츠를 입은 바이어들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휴대전화를 든 롯데마트 수산팀 MD(상품기획자)들이 현장에서 숫자를 헤아려 보고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예년보다 조금 모자란 수준입니다. 며칠 더 지켜봐야 합니다."

21일 오전 전북 부안군 격포항 인근의 작업장에서 작업자들이 선별 과정이 끝난 꽃게를 포장하고 있다. 사진 제공=롯데마트


그래도 격포항 인근에 위치한 작업장에선 살아있는 꽃게를 선별하고 포장하는 손놀림이 두 달만에 신바람을 냈다. 이날 들어온 첫번째 운반선의 꽃게는 모두 롯데마트로 향하는 물량이었다. 수산팀 MD들이 새벽부터 격포항을 찾아 꽃게를 점검하며 공을 들인 보람이 있었다.

특히나 이 시기 들어온 꽃게는 ‘물량이 곧 매출’이다. 오랜만에 소비자를 만나는 생물(生物)인 만큼 들어오는 족족 나간다는 의미다. 이 기간 전체 수산물 매출에서의 비중도 통상 15%에 달한다. 윤병수 롯데마트 신선식품부문장은 "금어기가 풀리자마자 잡힌 꽃게는 상징성도 크고 가을 식탁 마케팅에도 중요하다"며 "유통업체들 간의 ‘꽃게 전쟁’인 셈"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격포항과 신진도를 통틀어 30여 개의 어선과 사전 계약을 맺고 물량을 미리 선점했다. 마트와 슈퍼에 '통합 소싱'을 도입한 올해는 목표량을 지난해보다 30% 늘렸다.

21일 오전 롯데마트 익산점으로 이송된 햇꽃게가 소비자 앞에 진열돼 있다. 사진 제공=롯데마트


이날 들어온 물량은 유통센터를 경유하지 않고 점포로 직송됐다. 롯데마트가 이렇게 전 점포로 수산식품을 직송하는 체계를 만든 건 불과 3년 전의 일이다.

실제 이날 8시경 포장되기 시작한 꽃게를 10시 반께 격포항으로부터 한 시간 거리의 익산점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작업장에서 포장재와 톱밥을 뒤집어썼던 꽃게는 한번 더 검수를 거쳐 소비자를 만날 채비를 마친 뒤였다. 회사 측의 설명보다도 수 시간 빨랐다. 곽명엽 롯데마트 수산팀장은 "새벽 물량을 그날 오후에, 오후에 잡힌 물량을 다음날 아침에 진열할 수 있는 게 직송 시스템의 장점"이라고 전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8년 1만1770톤까지 줄었던 꽃게 생산량은 지난해 2만1809톤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수산업 종사자들의 표정엔 그늘도 있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수 방출을 이달 중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 불안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트업계는 추가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에 대비해 올 2월부터 각 수산물 산지에서 매장에 상품이 입고되는 모든 단계별로 수산물 안전성 검사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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