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대표주자인 아모레퍼시픽(090430)과 LG생활건강(051900)이 대대적인 제품 리브랜딩에 돌입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여행을 6년여 만에 허가하면서 ‘큰 손’인 중국인 단체여행객(유커)가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특히 단체여행객의 주 연령대가 30~40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젊은 화장품으로의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올 하반기부터 ‘후’의 글로벌 리뉴얼을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제품 모델인 글로벌 앰배서더도 교체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리뉴얼은 ‘젊어진 유커’를 겨냥한 시도로 풀이된다. 후는 한방 화장품으로 과거 주 고객층이 50~60대 중국 단체관광객이었다. 그러나 K콘텐츠 열풍 등 효과에 앞으로 한국을 찾는 단체관광객의 연령대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이를 겨냥해 모델과 패키지 등을 교체하려는 전략이다.
이에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7월 ‘설화수’의 리브랜딩을 진행했다. 제품 패키지에서 브랜드명을 한자 대신 영문으로 표기하고, 모델을 송혜교에서 블랙핑크 멤버 로제로 교체한 게 대표적이다. 특히 설화수는 공식몰에서 대표 제품인 윤조에센스와 팩, 크림 등으로 구성된 세트 상품 ‘나의 첫 설화수’를 내세워 젊은 소비층을 적극 겨냥해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리브랜딩 이후 지난 1년간 설화수의 25~34세 고객 비중이 한 자릿수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단체관광객이 밀려오던 2010년대 초반 설화수와 후의 면세점 판매 비중은 20% 안팎에 달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한국행 단체관광에 빗장이 걸리자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최근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유럽산 화장품과 경쟁이 심화되며 생산량도 바닥을 친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후 천기단 화현로션’ 생산금액은 2213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6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설화수 자음유액’도 2344억 원에서 1968억 원으로 약 16% 줄었다.
이번 리뉴얼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행보이기도 하다. 그동안 ‘탈(脫)중국’ 기조에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4%대에서 지난해 12%까지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단체관광객이 돌아오더라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건 여전한 숙제”라며 “젊은 중국 소비층을 겨냥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북미와 유럽으로 영역을 지속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투자 확대에 따라 수익성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영업이익이 285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후 리브랜딩 작업이 시작되면서 마케팅까지 비용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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