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이 상승 동력을 잃고 횡보하고 있음에도 ‘빚투(빚 내서 투자)’ 규모는 여전히 올 들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차전지 등 테마주를 중심으로 달아오른 개인들의 신용거래가 앞으로 국내 증시 불안을 키우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1일 기준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20조 2650억 원에 달했다.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이달 17일(20조 5572억 원)에 이어 또다시 20조 원을 웃돌았다. 올 1월 2일 16조 5310억 원에서 어느덧 4조 원가량이 더 늘어났다. 지난달 말(19조 7380억 원)과 비교하면 3주 만에 5270억 원이 증가했다. 신용거래 융자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은 금액이다. 잔액이 늘어난 만큼 고수익을 노린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확산했음을 뜻한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 융자 잔액이 모두 뛰었다. 21일 기준 코스피 상장 종목에 대한 신용 잔액은 10조 5148억 원으로 1월 2일(8조 7742억 원)보다 1조 7406억 원 불었다. 17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10조 6472억 원)에도 1324억 원 차이로 바짝 다가섰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이 잔액은 같은 기간 7조 7568억 원에서 9조 7502억 원으로 1조 9934억 원 늘었다.
코스피시장에서 신용융자 잔액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1484억 원)였다. 이어 삼성전자(005930)(758억 원), 네이버(596억 원), LG화학(051910)(300억 원), LG전자(066570)(267억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JYP엔터(JYP Ent.(035900)·364억 원),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282억 원), 에코프로(086520)(208억 원), 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191억 원), 한양이엔지(164억 원) 순으로 잔액이 많았다.
초단기 차익을 겨냥하고 외상으로 주식을 샀다가 3거래일 안에 돈을 갚지 못해 발생하는 위탁매매 미수금과 반대매매 비중도 최근 증가세로 전환했다. 미수금 규모는 지난달 말 7733억 원에서 이달 11일 4913억 원까지 떨어졌다가 21일 다시 5818억 원으로 반등했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이달 8.9%까지 하락했다가 21일 10.4%로 재상승했다. 반대매매는 증권사가 주가 하락 시 투자자가 돈을 빌려 산 주식을 시장가에 팔아버리고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을 말한다.
투자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박스권 장세에서 마땅한 수익처가 보이지 않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호재를 부풀린 테마주에 과도하게 쏠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 2차전지 열풍이 지나가자 하반기부터는 그 열기가 상온 초전도체, 맥신 등 다른 테마주로 잇달아 옮겨붙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 커진 데다 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금리 인상 우려가 재부각된 점을 상기하며 현 조정 국면에서 빚투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6.94포인트(0.28%) 상승한 2515.7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4.62포인트(0.52%) 오른 893.33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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