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아 국책과제인 ‘한국형 대용량 가스터빈’ 모델 개발 과제를 수행했다. 당시 정부는 해외 독점인 발전용 가스터빈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었고 이에 600억 원을 투자해 정부출연연구소 등과 함께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국산화를 도왔다. 결실은 10년 만에 나왔다. 정부와 두산에너빌리티가 함께 만든 국산 가스터빈(270MW)이 240시간에 걸친 운전 시험을 마치고 김포 열병합발전소에서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향후 34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에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가스터빈 국산화를 통해 향후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수소터빈까지 개발이 이어져 수소경제의 수출 첨병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반기계 업종 수출액은 25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했다.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업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기계업종의 수출 성장세가 눈에 띈다. 전 세계 경기침체에도 기계업종 수출 성장세로 우리나라의 상반기 수출 감소분을 일부 만회했다. 상반기 일반기계 수출은 전체 수출의 8.7%를 차지했다.
기계산업의 부활 신호는 민간의 노력 뿐 아니라 정부의 중장기적인 연구개발 지원과 세제 혜택, 정부간의 협조체제 강화 때문이라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개별 기계 분야 기업들의 실적도 역대 최고치 수준까지 올라왔다. HD현대인프라코어의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 3140억, 162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0%, 87% 올랐다. 두산에너빌리티도 매출 4조 5394억 원, 영업익 4947억 원을 기록했다. 각각 18%, 50% 성장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북미, 중동 등 해외 수출이 크게 늘었고 두산에너빌리티도 해외 발전 공사에서 수익이 본격 시작되고 있다.
기계 업종 실적 성장세는 정부의 뒷받침 영향도 컸다. 특히 중동 시장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수년 전부터 정부와 민간이 만반의 준비를 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까지 중동 지역 기계수출액은 전년 대비 26% 성장한 13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동 지역의 표준화기구(GSO)는 2021년부터 기계 등 분야에서 기술 규제를 본격 시행했다. 전자파적합성, 유해물질사용제한 등 규제 수준을 높인다는 방침이었다. 정부는 이미 2020년부터 GSO 기술규제 당국과 정례적으로 접촉해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최신 규제정보를 확보하고 공동워크숍 등을 열어 정보도 공유했다. 수출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116% 매출 성장(2020년 대비)을 기록했다. 공작기계-방산 분야 중견기업인 이엠코리아도 아시아, 북미 위주에 머물던 수출을 중동 지역까지 확대했다.
정부는 지난해 1조 원 규모의 산업기술 혁신펀드를 조성해 연구개발 이후 사업화 지원도 수행하고 있다. 산업기술 최고기술책임자(CTO)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정부의 산업기술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전동화 기반의 저공해 건설기계 보급 확대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세제 지원을 통해 기계산업의 혁신도 유도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인 정부의 제도적 지원, 세일즈 외교와 민간의 투자 확대 등으로 기계업종 수출이 본격 빛을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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