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부터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이 시행되지만 정부가 분산에너지 사업자에 대한 보상 방안을 두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015760)의 송배전망 투자 부담을 덜어주는 분산에너지 사업자에 더 많은 보상을 해주기에는 한전의 적자가 눈엣가시고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해 보전하는 방안은 기획재정부의 반발이 예상된다.
23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6월 제정된 분산에너지법에 대한 시행령을 제정하고 있다. 시행령에는 분산에너지의 구체적인 정의, 전력계통영향평가 실시 대상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특히 분산에너지 사업자에 제공할 보상 방안을 어떻게 짜느냐가 초미의 관심인데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다.
분산에너지는 인근 발전소에서 만든 전력을 곧바로 소비지에서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말한다. 이 때문에 분산에너지가 늘어나면 한전이 설치해야 할 송배전망 투자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집단에너지·신재생에너지·소형모듈원전(SMR)·연료전지 등 저탄소 발전원을 활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분산에너지법에서는 분산에너지 사업자들에 송변전 설치 회피 등에 따른 사회·경제적 이득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분산 편익이다.
관건은 분산 편익을 어떻게 제공할 것이냐다. 업계에서는 전력 시장에서 직접 보상하는 방안과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제공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우선 ‘전력시장 보상안’은 한전이 분산에너지 사업자로부터 전기를 사올 때 ‘지급 대금’을 더 높게 정산해주는 방식이다. 한 발전 업계 관계자는 “분산에너지 사업자 덕에 송전선 건설을 안 해도 돼 ㎾h당 5원을 아끼는 효과를 봤다면 전력거래소가 계통한계가격(SMP)이나 용량요금(CP)을 산정할 때 그 사업자에게 송전선 설비 회피 비용을 더 쳐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전이 이 안에 대해 크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이후 누적 적자 규모가 47조 원대까지 불어나는 등 한전의 경영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분산 편익을 제공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이란 전력 산업의 발전·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기금으로 전기요금의 3.7%를 준조세 성격으로 징수해 조성한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조성 취지를 고려하면 분산 편익 제공 재원으로 쓸 명분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안에 대해서는 기재부가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기재부에서는 ‘분산에너지 업계가 사적 이익을 위해서 사업을 할 뿐인데 이를 왜 보상해줘야 하냐’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다른 발전 업계 관계자는 “전력거래소 등에서는 정산 등에 대한 부담으로 아예 분산 편익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분산 편익에 대한 당위성이 분명한 만큼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을 활용해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장은 “2020년 당시 한국에너지공단과 한국전기연구원이 연구용역을 통해 분산 편익을 추산해내고 이를 토대로 분산에너지법을 제정함에 따라 분산 편익 유무에 대한 논쟁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당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분산에너지의 송전 설비 편익은 ㎾h당 8.5~15원이고 환경 편익도 ㎾h당 1.5~14.1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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