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5월 31일 이후 3개월 만에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다시 도전한다. 21일 시작돼 31일까지 진행되는 한미 연합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훈련을 견제하려는 의도와 함께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9·9절)에 앞서 축포를 쏘아 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 22일 일본 정부는 북한이 24일 0시부터 3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새벽 인공위성 발사에 따른 위험수역으로 북한 남서쪽 황해 해상 2곳과 필리핀 동쪽 태평양 해상 1곳 등 3곳을 설정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했다. 모두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이다. 이 구역은 지난 5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던 궤도와 유사하다.
북한이 일본 정부에 위성발사 계획을 통보한 것은 일본이 국제해사기구(IMO) 총회 결의서에 따라 운영되는 전세계항행경보제도(WWNWS)상 한국과 북한이 속한 지역의 항행구역 조정국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실패로 끝난 지난 5월 군사정찰위성 발사 때도 일본 정부에 발사 예고기간 및 위험수역을 통보한 후 국제해사기구(IMO)에도 같은 내용의 발사 계획을 통보했다.
北, 재발사 예고는 엔진 결함 문제 상당 부분 해결
당시 북한은 5월 31일 0시부터 6월 11일 0시 사이에 정찰위성을 발사한다고 통보한 뒤 예고 기간 첫날에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로켓 '천리마 1형'을 발사했다. 이번에도 기상 조건이 허락하면 예고 기간 초반에 발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첫 정찰위성 발사는 로켓이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로 추락해 실패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역시 발사 직후 실패를 인정하면서 “천리마 1형에 도입된 신형발동기 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데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 해명에 착수한다”고 시인했다.
이후 북한은 6월 16∼18일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에서 정찰위성 발사 실패를 ‘가장 엄중한 결함’으로 꼽고 이른 시일 내 성공적으로 재발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7월부터 발사체 신뢰도 검증을 위해 엔진 연소시험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북한이 정찰위성 재발사를 예고한 것으로 볼 때 엔진 결함 문제가 해결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도 아직은 독자적인 정찰위성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올해 연말에 1호 정찰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력화에 나선다. 지난 2월 7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방위사업청은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방사청에 따르면 군 정찰위성 사업인 ‘425사업’의 전자광학·적외선(EO/IR) 위성을 올해 11월 발사할 계획이다. 정찰위성 1호기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궤도에 오른다. 발사 장소는 미 반덴버그 공군기지로 잠정 결정됐다. 425사업은 방사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북한 미사일에 대응해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 탑재 위성 4기와 전자광학(EO)·적외선(IR) 탑재 위성 1기 등 정찰위성 5기를 확보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1조2000억 원으로, 전략화 목표 시기는 2020년대 중반이다.
북, 위성사진 분석 능력 떨어져 제대로 판독 못해
3개월 여 만에 재발사 도전에 나선 북한의 군 정찰위성 기술력은 어떤 수준일까.
우주 전문가들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은 현실적으로 높은 기술이 아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상업위성사진업체 ‘플래닛랩스’의 윌 마셜 최고경영자(CEO)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 “위성 기술은 복잡한데 북한이 고도화한 기술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 북한은 대북제재 조치로 그들과 협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부품을 얻는 방법이 제한돼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교수도 “북한이 공개한 이미지들을 봤는데 화질은 첫 번째 노력으로는 괜찮은 편이었지만 확실히 상업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능력 만큼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양질의 교육도 제한적인 데다가 제재와 자원 부족 등 한계로 자체적으로 정찰위성을 개발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해도 활용도는 군사용으로 쓰지 못할 수준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 랜드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하더라도 위성사진 분석 능력이 떨어져 이를 제대로 판독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얼마 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거기서 찍은 지구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 사진의 해상도가 매우 떨어졌다”며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해 찍는 사진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미국에서 위성사진을 분석하는 사람들은 수많은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이라며 “북한이 이런 인력도 없지만 이런 전문가를 양성하려면 오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이번에 발사하는 군사정찰위성은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군사용 목적으로 전혀 못 쓸 것으로 관측했다. 조지프 버뮤데즈 선임연구원은 북한 정찰위성의 가로·세로·높이를 각 60㎝, 60㎝, 80㎝로 보고 무게는 75∼100㎏ 정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 위성이 미국 민간 위성사진 서비스 업체 ‘플래닛 랩스’ 위성과 매우 유사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정찰위성 성능에 대해선 “성공적으로 발사된다면 3m 혹은 그 이하의 해상도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해상도 3m는 북한이 강조하는 군사적 목적 정찰에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성능이다.
북한의 정찰위성 기술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사례는, 지난해 12월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을 발사하고 ‘위성 시험품’이라 주장하며 이를 통해 촬영했다고 공개한 사진이다. 당시 공개된 사진은 해상도 20m 수준으로, 일반적인 상업용 위성 성능에도 크게 못 미쳤다. 위성의 해상도는 위성 카메라 등으로 지표상 물체를 얼마나 정밀하게 파악하는지 나타내는 척도다. 해상도 1m는 가로·세로 1m의 물체가 위성 사진에서 한 점으로 나타난다는 뜻이다.
해상도 3m는 군사 목적 정찰로 턱없이 부족한 성능
따라서 북한이 공개한 사진의 해상도 20m라면 가로·세로 20m 물체를 한 점으로 표시해버리는 수준이라 지상 상황을 알아보기가 불가능하다. 단적으로 북한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용산 대통령실 일대를 촬영한 사진 역시, 서울의 한강 윤곽과 용산 위치를 보여주는 정도에 불과했다.
버뮤데즈 연구원의 분석대로 만약 북한이 해상도 3m를 달성한다면 12월보다는 개선된 것이겠으나 이 역시 군사 용도로는 부족하다. 정찰·첩보위성으로 쓰려면 1m 이하 해상도를 뜻하는 ‘서브 미터’급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 미국이 1976년 처음 쏘아 올린 KH-11 위성은 해상도 13∼45㎝급으로, 비스듬한 각도에서도 촬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최신형인 KH-13의 경우 해상도가 1㎝급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H는 열쇠 구멍(Key Hole)을 뜻하며, 작은 물체도 정밀하게 들여다본다는 의미다.
중국의 경우 2017년 발사한 ‘육지답사 1호’ 위성이 해상도 0.1∼0.2m로 알려져 ‘중국판 키홀’로 불린다. 키홀(Keyhole)은 미국 최초의 광전자 공학 정찰 위성인 KH-11 정찰위성을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이에 따라 정찰위성 사진의 ‘퀄리티’ 문제는 북한에게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북한은 고도 500∼1500㎞ 사이의 ‘지구저궤도’(LEO)에 군사정찰위성을 배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인공위성 궤도는 저궤도와 중궤도(MEO·1500~2만㎞), 정지궤도(GEO·적도 상공 3만5000여㎞)로 구분한다. 북한의 저궤도 진입' 목표는 지난해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에서 확인된다. 김 위원장은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하면서 “5개년계획 기간 내에 다량의 군사정찰위성을 태양동기극궤도에 다각 배치하여 위성에 의한 정찰정보수집 능력을 튼튼히 구축할 데 대한 국가우주개발국의 결심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북, 광명성처럼 정찰위성 500㎞ 이상 저궤도에 올릴 듯
북한이 밝힌 '태양동기극궤도'는 저궤도에 속한다. 위성 궤도면과 태양의 각도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어 이 궤도를 도는 위성은 지구상 물체를 매일 같은 시각에 관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 첩보수집 목적의 위성과 지구자원탐사, 해양·기상관측용 위성들이 저궤도를 돌고 있다. 우리나라 다목적 실용위성(KOMPSAT·아리랑)도 저궤도에서 지구를 관측 중이다. 저궤도 위성은 90~10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를 돌고, 1년 내내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시각이 동일하다고 한다. 궤도 경사각은 약 98도다.
이처럼 북한이 저궤도에 위성을 보려는 것은 경험에 나온다. 앞서 북한이 쏘아 올린 위성 ‘광명성’의 단점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 2012년 12월 발사한 광명성 3호 2호기의 고도는 524㎞,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주기는 95분, 궤도는 약 97.2도다. 2016년 2월 발사한 광명성 4호는 고도 497㎞, 주기 95분, 궤도는 97.5도다. 이 궤도는 지구를 24시간 연속으로 관측할 수 있는 정지궤도와 달리 특정 지역을 같은 시간에 통과해 지구와 대기의 일일 변화에 영향을 받아 해상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기의 첩보위성을 저궤도에 배치해 운용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태양동기극궤도에 군사정찰위성을 다각 배치한다고 한 것도 여러 기의 정찰위성을 각기 다른 경도(동경)로 배치해 운용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경도에 따라 지상 촬영 지역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저궤도, 수천여 개 정찰위성 올려야 군사 활용 가능
그럼에도 저궤도 위성 또한 지상 같은 곳을 촬영하는 시간이 몇 분에 불과해 움직이는 함정이나 항공기 촬영은 제한적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우주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스콧 페이스 박사는 “태양동기극궤도를 도는 위성은 지구상 물체를 매일 같은 시각에 관측할 수 있다”며 “움직이는 군사정보, 즉 함대나 비행기를 관측하고자 한다면 이 궤도에 있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커스 실러 박사도 “9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그때 지구도 자전해 위성이 지상의 같은 장소로 다시 가는 날이 일 년에 며칠뿐이고 그때도 몇 분 간 지나가기 때문에 정찰하기가 어렵다”며 “이런 이유로 미국은 수천여 개의 정찰위성을 저궤도에 올려놓고 정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앞으로 연속적으로 수기의 정찰위성을 다각 배치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해석했다.
더욱 큰 문제는 저궤도 위성의 경우 북한의 독자적인 운영에 결정적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성공리에 저궤도에 올린다고 해도 위성 송신자료를 지상에서 수신하려면 중국과 러시아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저궤도를 도는 북한 위성이 북한지역 상공을 지나가는 시간이 짧다는 이유다.
러시아·중국 연계 못하면 유의미한 군사정보 얻지 못해
실러 박사는 “정찰위성이 찍은 사진 등의 자료를 북한으로 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위성이 북한 상공을 지나갈 때 북한 내 지상기지에 직접 연결되어야 한다”면서 “그러나정찰위성이 북한 상공을 지나가는 날은 일 년 중 며칠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 외 다른 곳의 지상기지로 전송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위성이 자료를 다른 나라 정찰 위성에 전송하는 방법이 있지만, 주변국인 러시아나 중국의 연계가 가장 손쉬운 해결책이지만 이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며 유의미한 군사적 정보를 얻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북한의 위성 사진 판독 및 고해상도 촬영 수준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북한이 작년 12월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위성 시험품’' 성능을 시험했다며 공개한 촬영 사진의 해상도가 20m급의 저화질로 평가되면서 이 같은 시각이 잇따르고 있다. 군사 정찰위성 기능을 하려면 적어도 해상도가 0.5m급 수준에 도달해야 하는데 북한의 위성광학 기술 수준이 그 정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이 고도 1000㎞ 안팎에서 운용하는 군사정찰위성의 해상도는 0.28m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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