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 사태 추가 조사 결과를 전격적으로 발표하자 금융투자 업계와 정치권은 그 후속 조치를 두고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 당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가 유야무야 넘어갔던 사안을 이복현 금감원장이 강한 의지로 재검사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추정 때문이다. 이 원장이 검사 출신인 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점도 금감원에 노림수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업계와 정계·법조계에서는 특히 24일 금감원 발표 내용 가운데에서도 민주당 다선 의원과 관련한 특혜성 환매 의혹이 적시된 부분에 주목했다. 정치적으로 극도로 민감한 사안을 금감원이 앞장서서 밝힌 상황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이는 이미 검찰이 들여다보는 사안이고 해당 의원 측은 금감원에서 조사를 받지도 않았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당초 금감원은 이날 해당 사안을 발표할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가 전날인 23일 전격적으로 단독 브리핑 일정을 잡았다.
앞서 정치인 로비 의혹에 대한 라임 사태 수사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폭로로 중단된 바 있다. 현 정부 들어 일부 야당 국회의원들은 기소됐으나 수사 기관이 실체를 완전히 규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서는 청와대·민주당·금감원·검찰 등 정관계 인사 20여 명의 실명이 기록된 내부 문건이 나왔는데도 검찰이 로비 의혹을 규명하지 못했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동생인 장하원 대표가 운용하는 상품이라는 소문에 힘입어 투자자 유치에 성공했다. 라임·옵티머스 펀드가 환매를 중단한 규모는 각각 1조 원 이상, 디스커버리 펀드는 2500억 원대에 달했고 이 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첫날부터 이 문제를 모두 재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라임 펀드가 2017~2021년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사모사채 등을 투자한 5개 회사에서 20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업계의 또 다른 관심사가 됐다. 자칫 횡령 자금이 정치권 등에 흘러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수사 결과는 총선 정국에 돌입할 올 연말까지 여야를 뒤흔들 수 있는 까닭이다.
금감원은 옵티머스운용과 관련해서는 투자 관련 금품 수수와 부정 거래 공모, 불법 자금 제공 혐의를 포착했다고 알렸다. 특히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의 최 모 전 기금운용 본부장이 2017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KCA 기금의 약 37%에 달하는 1060억 원을 옵티머스에 투자하면서 옵티머스운용 대표에게 1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밝혀냈다. 최 전 본부장은 자신의 자녀를 해당 대표가 회장으로 있는 시행사에 취직시켜 급여를 받게 했다. 디스커버리 펀드에서는 펀드 돌려 막기와 임직원들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이득 취득 사실 등을 추가로 발견했다.
금감원은 기업은행 등 판매 금융회사에 대한 추가 검사도 예고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이전 금감원의 검사·제재는 운용사와 판매사 중심의 불완전판매, 금융사 최고경영자의 내부 통제 책임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번에는 피투자기업 횡령을 중심으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업체들을 겨냥했다기보다는 정치권을 향한 내용이 많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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