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가계 명목소득과 실질소득 모두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은 물론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까지 일제히 쪼그라든 것입니다. 고금리에 이자 부담이 커지며 가구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도 사상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습니다.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9만 3000원으로 전년 동기(483만 1000원) 대비 0.8% 감소했습니다. 근로소득(4.9%)과 재산소득(21.8%)이 증가세를 보였지만 이전소득(-19.6%)이 대폭 줄어든 결과입니다. 2분기 기준 1인 가구를 포함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후 최대 감소 폭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이전소득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지난해 2분기에 집중된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긴급생활지원금 등 정책 지원 효과가 소멸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가 영향을 뺀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3.9% 줄었습니다. 실질소득 감소 폭은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큽니다. 실질소득은 지난해 3분기(-2.8%)부터 올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정체·감소했습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실질소득 감소세는 고물가의 영향이 크다”며 “아직 경기 둔화에 따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고물가 여파에 가계 씀씀이도 위축됐습니다. 올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69만 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늘었습니다. 증가 폭만 놓고 보면 2021년 1분기(1.6%) 이후 가장 작습니다. 직전 분기(11.5%)와 비교하면 증가세가 대폭 축소됐습니다. 물가 영향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은 0.5% 줄며 2020년 4분기(-2.8%) 이후 10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항목별로 보면 오락·문화(14%) 지출이 가장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오락·문화의 지출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고물가로 음식·숙박(6%), 주거·수도·광열(7.4%) 지출도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이 과장은 “소비지출은 10분기 연속 늘었지만 증가세가 둔화된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세금·사회보험료 등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비소비지출은 96만 2000원으로 1년 전보다 8.3% 늘었습니다. 특히 고금리로 이자비용이 42.4% 급증했습니다. 올 1분기(42.8%)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증가 폭입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383만 1000원으로 2.8% 줄며 사상 최대 감소 폭을 경신했습니다. 그만큼 가계에서 실제 소비에 지출할 수 있는 돈이 쪼그라들었다는 의미입니다. 소비지출 증가세가 둔화한 것도 처분가능소득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입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가계 흑자액은 114만 1000원으로 13.8% 줄었습니다. 흑자율(29.8%) 역시 3.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분배지표는 다소 개선됐습니다. 소득분배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올 2분기 기준 5.34배로 1년 전보다 0.26배포인트 하락했습니다. 해당 배율이 높을수록 빈부 격차가 심화됐다는 뜻입니다. 분위별로 보면 상위 20%(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13만 8000원으로 1.8% 줄었습니다. 하위 20%(1분위) 가구 소득은 111만 7000원으로 0.7% 감소했습니다. 이 과장은 “손실보전금 등의 효과가 사라지며 자영업자가 소득 하위 분위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분위별 소득이)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됐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사회안전망 확충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입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취약 계층의 소득 보장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폭염·호우 등에 따른 물가 불안 및 피해가 취약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정책 대응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