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기업 상장 실적을 한 건도 쌓지 못한 IPO(기업공개) 시장의 강자 KB증권이 보안솔루션 업체 ‘한싹’의 코스닥 상장을 주관하며 명가 부활에 나선다. KB증권은 앞서 상반기에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한 기업들의 심사 결과가 계속 나올 예정이어서 하반기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망연계 보안솔루션 업체인 한싹이 최근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망연계란 물리적으로 분리된 업무망과 인터넷망 사이의 데이터 전송을 가능케 하는 기술로 연계 과정에서 보안 유지가 핵심이다. 한싹은 1992년 설립 이후 30년 넘게 관련 솔루션에 매진해왔는데 KB증권과 2021년 6월 일찌감치 대표 주관 계약을 맺고 상장을 준비해왔다.
한싹은 다음 달 8일부터 5영업일 동안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한 뒤 19~20일 일반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8900~1만 1000원으로 공모가 상단 기준 165억 원을 조달한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600억 원이다.
규모는 소형이지만 한싹 상장은 KB증권의 올 해 IPO 부문 첫 번째 ‘딜 클로징(거래 종결)’이라는 점에서 IB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373220)·더블유씨피(393890) 등 조 단위 상장 주관을 통해 NH투자증권(005940)·한국투자증권 등을 제치고 IPO 주관 실적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폰트 업체 산돌의 코스닥 상장 주관 이후로는 단 한 건의 주관 실적도 올리지 못하며 개점 휴업 상태에 빠졌다. 올 3월에는 공모액 400억 원 규모의 KB제24호스팩의 신규 상장을 추진하다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참패해 상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에 조직 내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라도 한싹 IPO가 흥행할 필요가 있다는 게 KB증권 안팎의 분위기다. 또 지난해 말 주식자본시장(ECM) 본부 리더십 교체 후 맞는 첫 번째 딜 클로징이기도 하다.
한싹 IPO를 둘러싼 시장 상황은 일단 양호한 편이다. 우선 한싹 자체가 업계 시장 점유율 37%의 최상위권 업체인 데다 최근 5년 간 연평균 25%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해 투자 매력이 높다. 기존 주주 보유 지분의 약 98%에 최소 6개월 이상 의무보유가 적용돼 상장일 유통물량 비중(27.21%)도 최소화했다. 동종업계의 시큐레터(418250)가 최근 IPO 과정에서 흥행한 뒤 코스닥 상장 후에도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한싹 IPO를 시작으로 하반기 IPO 시장 내 KB증권의 존재감은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은 약 1조 7000억 원 몸값을 노리는 코스피 ‘대어’ 두산로보틱스의 공동 주관사를 맡고 있으며 LS(006260)머트리얼즈, 쏘닉스, 에코아이, 에스와이스틸텍 등 상장 주관을 맡은 다수 기업들이 연내 상장을 위해 예비 심사 청구서를 제출 후 대기 중이다.
KB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은 DS단석(구 단석산업)도 연내 코스피 입성을 위해 예비 심사 청구 준비를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 관계자는 “올 초 상장 예심을 청구한 기업들의 심사 결과가 조만간 순차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하반기 실적은 눈에 띄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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