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모든 오픈소스 인공지능(AI) 모델이 모이는 플랫폼인 ‘허깅 페이스’가 최근 45억 달러(약 6조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 받았습니다. 시리즈D 펀딩으로 총 2억3500만 달러(약 3100억원)가 모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불과 지난해 5월만 해도 기업 가치가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 수준이었는데 1년 만에 기업 가치가 125% 상승한 겁니다. 당장 지난 라운드에 합류했던 세콰이어 캐피털, 써티파이브 벤처스 같은 벤처캐피털(VC)의 경우 1년 만에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인 셈이죠. 기업 가치가 이미 2배가 넘었지만 투자자들은 막차를 타기 위해 모여들었습니다. 투자자들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AI칩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를 비롯해 구글, 아마존, 세일즈포스 등 AI붐의 중심에 있는 빅테크들이죠.
구글, 엔비디아도 모두 러브콜
사실 이미 기류는 느껴졌는데요. 허깅 페이스는 요새 정보기술(IT) 업계 컨퍼런스를 참여할 때마다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기업으로 꼽힙니다. 지난 8일(현지 시간) 엔비디아가 세계 최대 컴퓨터 그래픽 컨퍼런스에서 차세대 AI 수퍼칩 ‘그레이스 호퍼(GH) 200’를 선보이면서 경쟁자들을 멀찍이 제쳐두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저마다 엔비디아와 협업을 하려고 애쓰는데 엔비디아는 이 자리에서 허깅 페이스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했습니다. 허깅페이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개발자들이 AI모델을 훈련시키고 파인튜닝할 때 엔비디아의 DGX플랫폼에 접근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허깅페이스는 AI모델 분야의 깃허브입니다. 오픈 소스 AI모델과 학습용 데이터셋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이미 25만 개 이상의 AI모델과 5만개 이상의 데이터셋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생성형AI 붐에 있어 모든 개발자들이 모이는 ‘핵’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기업들도 앞다투어 참여하는데요. 참여하는 기업, 기관만 5만 곳 이상입니다.
올 초 텍스트 생성 위주의 생성형AI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난 게 이미지 생성 모델인 스태빌리티AI의 스테이블 디퓨전 모델이었는데요. 이 모델도 허깅페이스에서 유저들이 러버덕을 가지고 다양한 상황에 맞는 이미지를 생성하기도 하고 피카추, 포켓몬 등으로 시연을 해보면서 단 이틀 만에 빠르게 퍼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업 가치도 높아졌을 정도로 AI기업들이 반드시 거쳐가야 할 플랫폼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수한 깃허브와 비슷한 형태지만 훨씬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습니다. 창업자인 클렘 들랑그에게는 남다른 이력이 있습니다. 구글로부터 잡 오퍼를 받지만 그가 택한 곳은 컴퓨터 비전 분야 스타트업인 무드스톡스였습니다. 이 기업은 후에 구글에 인수됩니다.
애초에 교육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2011년 어느 날 IBM 아일랜드 법인 대표인 피터 오닐의 강연을 듣는데 참석자들마다 바쁘게 필기를 하고 있는 모습에 눈길이 갔습니다. ‘왜 각자 필기만 하고 이 걸 서로 공유하지 않을까’ 그러다 대학 교육을 모두에게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지식 연결 플랫폼 ‘유니쉐어드’를 설립합니다.
이후 다시 창업의 길을 걷습니다. 허깅 페이스가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한 데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습니다. 2018년 10월 구글의 연구진이 생성형 AI의 근간이 된 ‘트랜스포머 모델(BERT)’ 연구 결과를 내놨을 때였습니다. 들랑그에게는 엄청난 모델이 될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대다수 이용자들이 이용하기에는 너무 복잡했고 당시 구글 텐서플로우 플랫폼에서만 쓸 수 있다는 점이 한계였습니다. 들랑그와 동료는 BERT 모델을 간소화해서 오픈 소스로 공개합니다. 이후 허깅 페이스는 누구나 쉽게 AI모델을 가져다 활용하고 커뮤니티에 쌓여 있는 데이터셋으로 학습을 할 수 있게 합니다. 기업 고객들은 개발자 커뮤니티가 있다 보니 새로 만든 모델을 공개하고 이곳에서 마음껏 활용 사례를 만들어보게 합니다. 이 때문에 커뮤니티를 통해 사람을 모으고 또 모든 AI모델과 데이터셋이 이곳으로 모이다 보니 기업 고객이 찾아와 수익성이 확보되는 선순환을 갖게 됩니다. 개발자들의 대표 커뮤니티인 깃허브는 MS에 75억 달러에 인수되면서 스타트업으로서의 여정은 마무리했는데요. 깃허브와 달리 허깅 페이스가 어떤 새로운 길을 갈 수 있을지 상단의 영상을 통해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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