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국산 배터리(이차전지) 성능을 크게 높여 이론적 최고 수준을 달성하고 완전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R&D)을 집중 지원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국가전략기술특별위원회(전략기술특위)’ 제3차 회의를 열고 이차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 모빌리티 등 3개 분야의 ‘국가전략기술 임무중심 전략로드맵’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국가 경제와 안보에 중요한 12대 전략기술을 지정하고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의 전략기술특위를 통해 기술별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이번 지원책은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을 통해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가장 치열한 세 분야에서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를 담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국가R&D 예산(과기정통부안 기준)을 10.8% 감액하는 와중에도 이차전지는 19.7% 늘린 1333억 원, 반도체는 5.5% 늘린 5943억 원의 예산을 책정하며 재원 확보에 나섰다.
이차전지의 경우 정부는 기존 기술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차세대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전기차 등에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전지는 주요한 성능 지표인 에너지밀도를 현재 kg당 250와트시(Wh/kg)에서 이론적 최고 수준인 350Wh/kg으로 약 40% 높인다. 이를 위해 니켈 비중이 90% 이상인 하이니켈 양극재, 실리콘계 양극재, 코발트 대신 망간 비율을 높인 신소재 등을 확보해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반고체전지, 전고체전지, 나트륨이온전지 등 리튬이온전지의 수명이나 소재 수급 단점을 극복할 차세대 전지 개발도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성능도 기존을 뛰어넘는 400Wh/kg급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용후 전지의 상태를 10분 만에 97% 이상의 정확도로 진단하고 재사용하는 재활용 기술도 개발한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 발전으로 필요해진 저전력화에 초점을 맞춰, 현재 와트당 2테라플롭스(TFLOPS/W)인 성능을 5배 이상인 10TFLOPS/W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우선 목표로 설정됐다. TFLOPS/W는 단위 전략 기준 초당 1조 개의 실수 연산이 가능한 성능을 뜻하는 전력효율의 단위다. 이를 위해 차세대 반도체 설계 기술, AI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실증 등을 진행한다. 자성소자 기반(MRAM), 저항기반(PRAM) 등 차세대 메모리 소자 개발에도 나선다.
정부는 중국 업체들이 액정디스플레이(LCD) 등 저가형을 넘어 우리 주력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점유율까지 넘보는 상황에 대응해 폴더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스마트 헬멧, 메타버스 등 차세대 기술 확보에도 나선다. 무기발광 디스플레이는 5나노미터 이하의 초소형(마이크로) LED 핵심기술, 조기 상용화를 위한 고효율 생산기술 개발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와 대학 지원을 확대해 고급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모빌리티 분야에서 정부는 2027년까지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완전자율주행(레벨4) 기술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기존 대비 10배 뛰어난 AI 기술 등을 확보할 계획이다. 도심항공교통(UAM), 전기차와 수소차 상용화를 위해서도 조종사 등 관련 인력 양성, 선제적인 제도 정비와 사업 실증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의결된 로드맵은 향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되다. 주영창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겸 전략기술특위원장은 “이번 회의를 통해 전략기술 육성을 위한 세부적인 전략 수립이 본격화했다”며 “전략기술 지원의 법적 근거를 담은 ‘국가전략기술육성특별법’이 다음 달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기술주권 확보를 위한 과학기술 정책 혁신과 수립·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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