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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마트 더 이상 甲 아냐…12년 된 낡은 규제 재검토 필요"

■대규모유통업법 세미나

'갑질'로부터 제조업체 보호 목적

e커머스 시대서 존재 의미 흐려져

업계 "시대 변화맞춰 법 바꿔야"

서울의 한 백화점 매장에서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제정된 대규모유통업법이 그간의 유통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법은 그간 유통업체의 ‘갑질’로부터 제조업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최근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제정 당시와 상황이 달라진 만큼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규모유통업법의 법체계적 지위와 주요 쟁점’ 세미나에서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경쟁법학회


한국경쟁법학회는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규모유통업법의 법체계적 지위와 주요 쟁점’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유통시장의 상황이 급속히 변하는 상황에서 대규모유통업법을 주된 법적 수단으로 하는 거래관계 규제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유통업법이 시장과 경제 여건의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하고 일률적·정태적으로 적용됐다”며 “이는 제도적 고착화와 판매 촉진 활동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규모유통업법은 지난 2011년 제정됐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체에 물건을 납품하는 제조업체를 보호한다는 취지였다. 이 법에 따라 대규모유통업자는 납품업자와 서면으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상품의 수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거나 그 대금을 감액해서도 안 된다. 이 밖에도 유통업자가 판촉비와 판매장려금을 요구하거나 납품업체의 종업원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정 당시인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규모유통업자들이 자본과 시장 지배력 등을 바탕으로 거래 상대방에게 이른바 갑질 등 불공정행위를 자주 발생시켰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자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황동건 기자


하지만 e커머스가 부상한 지금은 대형할인점·기업형슈퍼마켓(SSM)등이 납품업체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유통업계 전반의 입장이다. 백화점 3사와 마트3사 등이 사실상 과점적 지위를 행사했던 10여 년 전과는 상황이 달라져서다. 이에 법 개정을 통해 대규모유통업자도 납품업체와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해 e커머스 사업자와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상당수 제조업체가 영업이익 면에서 호실적을 누렸지만 유통업체들은 아니었다”며 “오늘날 양 업계의 지위는 사실상 대등해졌다고 본다”고 전했다. 홍 교수도 “국내 유통시장에서의 경쟁이 보호되고 그로 인해 소비자 후생도 증대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낡은 제도라는 막혔던 둑을 헐거나 크게 보수하고 새로운 물길을 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목소리는 이날 이마트(139480)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되면서 더욱 커졌다. 이날 공정위는 이마트가 납품업체로부터 종업원을 파견받으면서 법정 절차를 어겼다고 보고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마트는 2019년 3월부터 2년 간 505개 납품업자와 809건의 종업원 등 파견 약정을 체결하면서 자발적 요청 서면을 사후에 수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서면을 받은 뒤 파견 약정을 체결해야 하는데 순서가 바뀌었다는 의미다. 파견된 종업원들은 납품 상품 시식 등 홍보를 위한 업무에 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납품업자의 실질적인 피해가 확인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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