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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뒤 기금유지' 목표…국민불신엔 "법으로 연금지급 보장" 첫 권고

■연금 재정안정 시나리오 살펴보니

보험료율 인상·수령시기 늦추고

수익률은 1%P 높여야 고갈 방지

日 등 선진국 보험료율 18% 안팎

전문가 "법 개정해 최악 막아야"

현실적 대안 주장속 민심이 변수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모습. 연합뉴스




국민연금 전문가들이 제시한 개혁안은 올해 20세인 청년이 90세가 되는 70년 뒤에도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기금 소진으로 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불안을 해소하는 게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본 전제라고 본 셈이다. 이에 따라 ‘적립배율 1배(70년 뒤에도 1년치 연금 지급분 보유)’를 목표로 잡았다. 이대로는 가파른 저출산에 국민 불신까지 덮쳐 국민연금 가입자 수 감소세가 빨라질 수밖에 없어 재정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수 있음을 우려한 조치다. 이미 경고등은 켜졌다. 4월 기준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보다 23만 1524명 줄어든 2226만 6295명으로 저출산 충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재정계산위원회·재정추계전문위원회·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는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를 통해 보험료율, 수급 개시 연령, 기금 수익률을 모두 끌어올려야 이런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시나리오도 △보험료율(현 9%) 12·15·18% 인상(3가지) △수급 개시 연령(2033년 65세) 66·67·68세 상향 (3가지) △기금 수익률(현 4.5% 전망) 0.5·1.0%포인트 제고 (2가지) 등을 조합한 18가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보험료율 15%, 수급 개시 연령 68세, 기금 수익률 1.0%포인트 제고’ 조합 이상의 개혁을 실시해야 2093년에도 기금이 소진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즉 개혁이 이뤄진다면 기금 소진 전망 시점이 현 기준(2055년)보다 38년 이상 미뤄지는 것이다. 더 내고 더 늦게 받되 연금을 주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은 막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 관계자들이 1일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재정계산위를 규탄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원회는 특히 2034년까지 보험료율을 최소 15%로 올리기 위한 법 개정이 최우선이라고 봤다. 10년간 매년 0.6%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올리자는 것이다. 다음으로 수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늦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998년 법 개정에 따라 수급 개시 연령은 201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2033년 65세를 목표로 상향 조정되는 중이다. 조정이 마무리되는 2033년 전에 사회적 논의를 마쳐 68세로 추가로 늦추도록 법을 바꾸자는 뜻이다. 법 개정과 무관한 기금 수익률 제고 노력은 항시 해야 한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개혁 저항 등을 감안할 때 이번 방안이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김용하 재정계산위 위원장은 “우리나라와 소득대체율이 비슷한 일본(18.3%)을 포함해 선진국 대부분의 연금 보험료율은 18% 안팎”이라며 “다만 수용성을 고려해 15%로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기금의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이미 5.11%”라며 “투자 및 운용 인프라 개선을 통해 수익률을 5.5%까지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이번에는 국민연금 지급을 법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사상 처음으로 권고해 여론이 우호적일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다만 소득대체율(평균 가구 소득에서 연금액이 차지하는 비중) 조정에 대한 권고가 아예 없다는 점에서 여론 반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더 내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받을 연금액도 일부 올려줘야 국민들이 개혁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5년 전 제4차 재정계산에서 전문가들은 보험료율을 즉각 2% 올리는 대신 국민 수용성을 고려해 소득대체율을 45%로 상향 조정하는 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보험료율은 그간 단 한 차례도 조정되지 않아 이번에는 보험료율 개혁에 초점을 맞췄다”며 “소득대체율 외에도 실질적으로 소득을 추가 보장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별도로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둘째 아이 출산 시부터 부여되는 ‘출산 크레딧’을 첫째 아이 출산 시로 확대하고 ‘군복무 크레딧’ 기간을 6개월에서 복무 기간 전체로 늘리는 게 대표적이다. 출산과 군 생활에 따른 ‘소득 공백기’를 크레딧 제도를 활용해 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주면 나중에 받을 연금액이 많아진다.

하지만 이 역시 재정 소요 등으로 개편이 쉽지 않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크레딧 확대 등은 5년 전 4차 재정계산 당시에도 전문가들이 똑같이 권고한 내용”이라며 “들어가는 재정에 비해 소득 보장 효과가 크지 않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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