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큐리어스파트너스가 삼성중공업(010140)에서 인수했던 드릴십(심해용 원유 시추선) 가운데 마지막 남은 ‘드라코’까지 팔았다. 이번 매각으로 큐리어스는 드릴십 4척을 인수한 지 약 2년 만에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게 됐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큐리어스는 최근 한 노르웨이 기업과 드라코를 약 3000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잔금 납입까지 통상 7~8개월이 걸리기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 완료 시점은 내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큐리어스는 지난해 5월 구조혁신펀드의 출자를 기반으로 펀드를 조성해 크레테·도라도·존다·드라코 등 삼성중공업의 미인도 드릴십 4척을 1조 400억 원에 인수했다. 유가와 드릴십 용선료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결정한 대규모 투자였다. 업계에서는 큐리어스가 이들 드릴십 4척을 모두 매각하면서 두 자릿수의 내부수익률(IRR)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6년 설립된 큐리어스는 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투자에 특화된 사모펀드 운용사다. 이전에도 회생 기업인 성동조선·성운탱크터미널에 투자해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드릴십은 심해 원유 시추를 위한 선박이다. 2014년 유가 급락으로 드릴십을 발주한 시추선사들이 구조 조정에 돌입하면서 드릴십 제조를 담당한 국내 조선사들이 장기 재고로 떠안았고 이는 고스란히 재무 부담으로 남았다. 삼성중공업 역시 2010년대 중후반 선주사들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면서 드릴십을 완성하고도 인도하지 못해 악성 재고로 떠안았다.
삼성중공업은 큐리어스가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재무 부담을 덜었다. 삼성중공업은 총매각 대금 1조 400억 원 중 5000억 원을 큐리어스가 조성하는 펀드에 후순위로 출자했다. 이번 매각으로 삼성중공업도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게 됐다.
삼성중공업과 큐리어스의 거래는 기업 재무구조 개선에 특화된 사모펀드와 대기업이 협업해 성과를 이룬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삼성중공업은 대규모 수주에 힘입어 올 1분기 22개 분기 만에 흑자를 기록했고 2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올해 연간으로 8년 만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드릴십 매각으로 악성 재고를 덜어내고 재무구조를 안정화한 것이 장기간의 적자 고리를 끊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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