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액 감소로 3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수출은 여전히 11개월째 뒷걸음질 중이지만 반도체 부진이 점차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르면 9월부터 수출도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무역수지가 8억 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1일 발표했다. 6·7월에 이은 3개월 연속 흑자다. 무역수지가 석 달 연속 흑자를 이어간 것은 2020년 5월~2021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8월 수출액은 518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510억 달러)은 유가 하락에 따른 에너지 수입 감소로 22.8%나 줄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불황형 흑자’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글로벌 금리 인상과 반도체 업황 회복 지연, 중국 경기 둔화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3개월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며 “지난달 하계 휴가 등 계절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와 일반 기계 등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와 반도체 수출 개선에 힘입어 흑자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출은 지난해 8월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따른 역(逆)기저 효과로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감소 폭은 7월 -16.4%에서 8월 -8.4%로 크게 줄어들면서 플러스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전반적으로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상당히 나아지면서 9월 들어 수출도 개선될 것”이라며 “올해 전체 수출의 ‘상저하고’ 전망도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주요 품목별로는 자동차(29%)와 자동차 부품(6%), 선박(35%), 가전(12%) 등 6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 수출은 역대 8월 중 최고치를 찍으면서 전체 수출을 견인했다. 반면 반도체(-21%), 석유제품(-35%), 석유화학(-12%), 철강(-11%) 등은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미국(2%), 유럽연합(EU·3%), 중동(7%) 등에서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중국(-20%)과 아세안(-11%)에서는 수출이 감소했으나 비교적 선방했다. 주요국 가운데는 아세안 내 최대 교역국이자 우리 기업의 가전 생산기지인 베트남(4.3%)에서 9개월 만에 수출이 증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