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와 한국투자신탁운용 같은 주요 운용사들이 최근 1년 새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을 9조 원 가까이 늘렸다. ‘월배당’에 이어 ‘소부장 시리즈'까지 잇달아 흥행작을 내놓은 신한운용은 순자산 규모를 3배나 키웠다. 삼성과 미래에셋이 이끄는 견고한 ‘빅2’ 체제 속에서도 중소형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ETF 시장 지도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F 시장 점유율 기준 3~10위 운용사(KB·한국투자·한화·키움·신한·NH아문디·하나UBS·타임폴리오)의 순자산총액이 지난달 30일 현재 23조4983억 원으로 최근 1년 새 8조6340억 원 증가했다.
증가 규모는 KB(2조9702억 원)와 한투운용(1조8434억 원)이 컸다. KB운용은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투자 바람에 채권형 ETF로만 2조 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한투운용은 삼성 출신인 배재규 사장 영입 뒤 미국 장기채 ETF 같은 다수의 흥행작을 선보이며 순자산 5조 원 고지를 넘어섰다.
증가율은 중소형 운용사들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신한운용은 ‘SOL 미국배당다우존스’와 ‘소부장 시리즈 4종’을 연달아 히트시킨 결과 6728억 원에 불과했던 순자산이 1년 만에 1조9810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한화운용도 ‘K방산’, ‘우주항공&UAM’ 등 한화그룹의 강점을 내세운 ETF를 통해 순자산을 1조6732억 원에서 2조8848억 원까지 두 배 불렸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순자산 증가율은 점유율 3% 미만의 중소형사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순위 손바뀜도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국고채 10년과 인도 ETF 등 스테디 셀러를 통해 순자산을 8221억 원 늘렸지만 한화운용의 추격에 점유율 기준 5위 자리를 내줬다. 키움의 점유율이 2.52%에서 2.59%로 소폭 증가하는 동안 한화운용은 2.07%에서 2.73%로 높아졌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케이팝과 조선해운 등 몇몇 흥행작을 내놨음에도 순자산 규모는 356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점유율은 2.30%에서 1.69%로 되레 뒷걸음질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삼성과 미래에셋의 양강 체제가 견고한 가운데 중소형 운용사들이 특색 있는 상품을 내세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ETF 시장이 과열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월배당과 2차 전지 등 인기 ETF를 중심으로 회사별로 유사 상품을 쏟아내고 있고 업계 최저 보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운용사들이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다.
한국거래소는 새 ETF가 출시되면 일정 기간 우선적 권리를 보장해주는 배타적 사용권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연말께 도입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권이 도입될 경우 되레 상품 기획과 개발력이 뛰어난 대형 운용사들에 유리할 수 있다”며 “상품의 독창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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