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암 정복을 위해 추진하는 '캔서문샷(Cancer Moonshot)'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내 바이오 기업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합류 기업은 기술력과 잠재성을 인정받고 미국 시장 진출에 기대감을 키우면서 주가가 강세를 보이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캔서문샷 참여 기업이 더 늘어날수록 호재의 주가 영향력이 약하지는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액체생검 전문 기업 싸이토젠(217330)은 지난달 31일 캔서문샷에 합류한다고 밝혔다. 국내 바이오기업으로는 루닛(328130),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950210), 젠큐릭스(229000), 큐브바이오, EDGC(245620)(이원다이애그노믹스), HLB 파나진 등에 이어 7번째다.
하지만 호재에도 불구하고 싸이토젠의 주가는 발표 당일 31일은 보합, 다음날인 1일은 4.10% 상승에 그쳤다. 곧바로 상한가로 직행했던 전례들과 비교하면 저조한 시장 반응이다. 31일 한때 1만 9330원까지 치솟긴했으나 곧바로 상승분을 반납하고 원상복귀되기도 했다.
캔서문샷은 미국 바이든 정부의 암 정복 프로젝트이다. 향후 25년간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50%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한다. 미국 암 연구소인 모핏 암센터와 디지털의학학회가 주축으로 민간 기업은 물론 공공 기관도 참여한 '캔서엑스(Cancer X)'라는 협의체가 구성되고 있다. 지난 2월 설립된 캔서엑스는 6월 기준 창립멤버 92개 사에서 현재는 112개 사를 넘어 전세계에서 관련 기업과 기관들이 계속해서 합류 중이다. 창립 멤버에는 국내 기업 중 루닛만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루닛의 주가는 캔서문샷 참여가 알려진 당일(6월 20일) 상한가로 직행했다. 직전일 종가인 10만 600원과 비교하면 7월 13일 최고가(20만 1500원)를 거쳐 지난 9월 1일 종가(16만 7300원)까지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젠큐릭스 역시 캔서문샷 합류가 알려진 각각 당일 상한가로 치솟았다. 프레스티바이오파마는 발표일(7월 18일) 전날 종가인 9100원과 비교하면 이달 1일 종가(1만 1190원)까지 여전히 상승분이 남아있다. 젠큐릭스도 발표일(7월 31일) 전날 3040원에서 최고 5430원까지 올랐다가 지난 1일 종가(4780원)까지 주가가 끌어올려진 상태다.
이후 EDGC는 894억 원 규모 유상증자와 캔서문샷 합류 소식이 겹치면서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발표(8월 22일) 전날 종가 1361원에서 약세를 이어가며 1일 종가도 1350원에 머물렀다.
HLB파나진(046210)도 캔서문샷 합류 발표일(28일) 전날 종가(4760원)와 비교해 당일 1.15%, 다음날 1.55% 소폭 상승을 거쳐 지난 1일 종가는 4660원으로 호재가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한 분위기다.
초기 캔서문샷 합류와 달리 최근 참여 기업들의 주가가 상세를 보이지 못한 데는 과도한 기대감이 희석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창립 멤버인 루닛 이후에 연달아 합류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참석 자격 기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기대치가 낮아졌다"며 "실제로 캔서엑스 단체는 전세계 관련 기업들이 일단 모여서 앞으로 무엇을 할지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라 무슨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할지 아직은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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