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찾은 경기도 안산시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는 산단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었다. 지은 지 40년 넘은 저층 건물들 사이로 우뚝 솟은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산단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있었다. 산단 초입에는 국내 최초의 ‘산단 호텔’도 들어서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30여 년 만에 산단 내 입주 업종 제한을 풀고 일명 ‘산리단길’ 조성 등 정주 여건 개선에 나서면서 변화의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산단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자 지하 1층, 지상 15층 규모의 4성급 ‘스퀘어호텔’이 나타났다. 객실 수는 201실. 반월·시화 산단 입주 기업을 방문한 협력사 임직원들이 머무르며 비즈니스 미팅을 할 수 있는 대연회장과 뷔페 식당 등을 갖췄다. 산단환경개선펀드가 투입된 1호 사업으로 총사업비(606억 원) 중 절반은 민간 투자(306억 원)를 유치했다. 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협력사 임직원은 물론 입주 직원의 가족들도 단골 투숙객”이라고 말했다.
4호선 안산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지하 1층, 지상 13층 건물인 안산스마트스퀘어는 아파트형 공장답게 자재를 실은 11톤 트럭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층고를 높인 것이 특징이었다. 크고 작은 공장마다 트럭을 세울 수 있는 개별 주차 공간도 있었다. 저층부에는 841곳의 입주 기업을 위한 편의 시설(식당 20곳·카페 4곳·편의점 2곳·은행 2곳)도 자리했다.
변화하는 반월·시화 산단의 하이라이트인 지하 2층, 지상 14층 규모의 안산KDT지식산업센터는 11월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낡은 보세 창고를 허물고 1316억 원을 들여 지식산업센터와 기숙사형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을 갖춘 융복합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직주 근접’이 장점인 496실의 오피스텔 분양률은 95%에 달한다.
정부가 ‘3대 산단 킬러 규제’를 혁파하기로 하면서 이 같은 사례들은 전국 산단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모든 입주 업종 제한이 사라지는 데다 산단환경개선펀드 규모도 올해 958억 원에서 내년 1868억 원으로 대폭 확대되기 때문이다. 최대 난제인 주차난 해소를 위해 지방정부 등의 주차장·도로 등 투자 시 개발 이익 환수 면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스마트허브’로 명명된 반월·시화·안산멀티테크노밸리(MTV)는 연면적 3801만㎡로 울산미포에 이어 전국 국가산단 중 두 번째로 크다. 6월 말 기준 입주 업체 수는 2만 802개사, 고용 인원은 25만 5000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이곳의 생산액은 39조 1000억 원, 수출액은 56억 8000만 달러로 전국 1276개 산단의 6%와 3%를 각각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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