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지게차가 역대 최대 수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영향으로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건설 수요가 폭발하면서다. 두산(000150)의 북미 수출품을 생산하는 인천 공장 가동률은 95%로 지난해보다 늘어난 생산 라인까지 풀 가동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수소지게차 등 신제품 출시와 지역별 브랜딩 전략을 통해 북미를 넘어 유럽까지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3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지게차 수출액은 7억 2801만 달러(약 9621억 원)로 이미 2021년 연간 수출 규모(7억 900만 달러)를 넘어섰다. 2021년을 기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한 지게차 수출액은 지난해 9억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게차 수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북미 시장 덕분이다. 전체 수출액에서 미국 시장의 비중은 70%로 기존 주력 수출국이었던 중국(5%)을 크게 앞질렀다. 북미 지게차 시장은 연간 10만~15만 대 규모로 국내보다 약 10배 크다.
북미 시장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공장 증설 붐으로 급성장했다. 건설 현장 수요가 늘었고 코로나19를 계기로 전자상거래 방식의 거래가 확산하면서 물류센터에 필요한 지게차 수요도 급증했다.
지게차 시장은 한동안 건설 수요에 환경 규제로 인한 교체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18만 7000대였던 지게차 시장 규모는 2023년 28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점유율이 높은 두산밥캣(241560)은 그 혜택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올 상반기 산업차량 부문(지게차) 매출액은 6억 8279만 달러(약 9024억 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46%나 늘었다. 지게차가 두산밥캣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9.2%에서 올해 상반기 17.4%로 크게 증가했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1%에 그쳤던 영업이익률도 두 자릿수에 육박하고 있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북미 소비자들에게 더 친숙한 ‘밥캣’ 브랜드로 지게차를 출시하며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두산 브랜드는 국내와 아시아에서, 밥캣 브랜드는 북미와 유럽에서 사용하면서 지역별 맞춤 공략에 나서는 것이다.
HD현대(267250)사이트솔루션도 지게차 사업에 더욱 힘을 실을 계획이다. 올 상반기 지게차 매출액은 3298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최근 90억 원을 투자한 울산공장 지게차 생산 라인 구축을 완료했다. 연간 2만 규모로 기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만들던 물량을 이제 직접 생산한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총 생산능력은 연간 2만 4000여대 수준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지게차를 비롯한 산업 차량 생산 능력을 꾸준히 확충하고 있다”며 “수소지게차 등 신제품 개발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게차 호황을 다른 건설 장비나 농기계로 이어갈 계획이다. 두산밥캣은 올해 말 전기 잔디깎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HD현대도 울산공장 선진화 작업으로 지게차를 넘어 굴착기 등 건설 장비 전체의 생산 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울산공장의 건설 기계 생산 능력은 기존보다 4800대 늘어난 1만 5000여 대로 거듭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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