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국 메타(옛 페이스북)와 손잡고 혼합현실(MR) 헤드셋 개발에 착수했다. 향후 30조 원 규모로 커질 MR 시장에 대비한 동맹 관계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메타와 비밀유지계약(NDA)을 맺고 첨단 MR 헤드셋 개발에 돌입했다. 양사는 이 헤드셋을 2025년에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협력 연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MR 헤드셋 개발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각종 부품은 물론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힘을 합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측은 이에 대해 “가상현실(VR) 분야에서 다양한 선행 연구개발(R&D)을 이어가고 있으나 구체적인 협업 파트너는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LG전자와 메타가 MR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한 것은 이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양사의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MR 사업은 2030년 매출 100조 원 달성을 목표로 내건 LG전자의 신규 먹거리 사업이다. LG전자는 올 7월 MR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다른 정보기술(IT) 업체와의 협력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현재 메타버스와 관련해 몇몇 파트너사와 사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화될 때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MR 업계 1위 메타 역시 협력 파트너가 많을수록 제품 다양화와 시장 경쟁 우위 확보에서 더욱 유리해질 수 있다. 메타는 2014년 헤드셋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한 후 2020년 ‘메타퀘스트’, 지난해 ‘메타퀘스트프로’ 등을 차례로 선보이며 제품군 다양화에 나서고 있다. 응용 기술과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한 MR 분야의 특성상 영상기기·가전 강자 LG전자와의 협력은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한편 LG전자와 메타 간 협력으로 2026년 229억 달러(약 30조 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MR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빅테크 간 경쟁은 향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올 6월 자체 MR 헤드셋 ‘비전프로’를 대중에게 처음으로 소개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알렸다. 삼성전자도 세계 유력 IT 기업들과 협력했다. 삼성전자는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된 ‘갤럭시 언팩 2023’에서 구글·퀄컴과 차세대 확장현실(XR) 헤드셋을 공동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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