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4개 분기 연속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하는 부실채권(NPL) 규모보다 적립하는 대손충당금 규모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와중에 인터넷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시중은행보다 3배 가까이 웃돌았다. 금융 당국은 인터넷은행들이 대손충당금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대손충당금 잔액은 총 8432억 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말보다 11%(814억 원), 1년 전보다 120%(4619억 원) 늘었다. 대손충당금은 향후 부실한 대출이 발생할 가능성을 대비해 쌓는 일종의 ‘방파제’ 자금이다.
언뜻 위기 대응 체력이 높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인터넷은행의 충당금 잔액 증가세가 줄어들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6월 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직전 분기 대비 대손충당금 증가율은 10.7%로 3월 말 19.5%에서 ‘반 토막’이 났다. 보유한 부실채권에 비해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쌓아뒀는지를 알 수 있는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매 분기 감소 중이다. 1년 전인 지난해 2분기 말 295.7%에서 지난해 말 255.6%, 올해 1분기 말 228.2%, 2분기 말 214.6%까지 떨어졌다. 6개 시중은행 적립률(233.2%)뿐 아니라 NH농협 등 특수은행 5곳(228.6%)보다도 낮다. 충당금을 쌓고는 있지만 늘어나는 부실채권 규모에 비해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부실채권 비율은 은행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올해 2분기 말 인터넷은행 3사의 부실채권 비율은 0.69%로 시중은행 6곳의 부실채권 비율(0.25%)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인터넷은행들은 “이미 충분히 쌓아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더 쌓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전체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비중이 높고 특히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이 6월 말 기준 24~39%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당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타행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부실채권 상·매각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경우 중저신용자 대상 가계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만큼 시중은행보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높여야 하는 건 당연하다”며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대비해 인터넷은행도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 손실 흡수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감원은 4일부터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폭발적으로 늘린 인터넷은행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현장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이 인터넷은행의 가계대출 현장 점검에 나서는 건 처음으로 4~7일에는 카카오뱅크, 11~14일에는 케이뱅크의 점검이 예정돼 있다. 금감원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서만 올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조 4360억 원 급증한 만큼 여신 심사나 리스크 관리가 대출 규정에 따라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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