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일을 기리는 ‘공교육 멈춤(정상화)의 날’인 4일 상당수 교사들이 병가나 연가를 낸 것을 두고 일선 학교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교사들이 병가나 연가로 ‘우회 파업’에 돌입한 반면 관리자급인 일부 교장·교감은 교육부의 눈치를 보며 교사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교육부가 이날 근무하지 않으면 파면 등 중징계까지 가능하다고 경고한 가운데 교사들의 연가와 병가 결재를 거부한 교장·교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아침 병가를 낸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 모(29) 씨는 “교장 선생님이 오늘 복무 상신한 건에 대해선 결재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며 “교육부에서 최대 파면·해임시킨다고 공문을 보냈기 때문에 결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결재가 이뤄지지 않으면 무단 결근이 되는데 병가는 사후 결재가 되니 추후에 상황을 보고 결재하겠다는 뜻”이라며 “그럼에도 절반 이상의 동료가 연가나 병가를 냈다”고 덧붙였다. 성북구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한 교사도 “병가를 내니 학교 교감에게 전화가 와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이 집단 행동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데 그래도 병가를 쓸 것이냐는 취지로 말했다"며 “사실상 복귀하라는 압박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윗선의 압박에도 ‘우회 파업’에 돌입한 교사들이 한 학교 당 많게는 7~8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병가를 낸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담임 교사 19명 중 16명이 병가나 연가를 냈다”며 “학교는 이를 미리 인지했음에도 재량 휴업일을 지정하지 않는 것은 책임 방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이날 집단 연가나 병가를 사용하는 교원이나 이를 승인하는 교장에 대해 최대 파면·해임이 가능하고, 형사 고발까지 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같은 수위 높은 압박에도 ‘우회 파업'에 돌입한 교사들은 징계보다 교권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더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 씨는 “대부분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것보다 징계가 낫다”며 “오늘 일로 파면되는 교육 환경이라면 교사를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의 강력한 경고에 병가나 연가를 내고도 추모·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교사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병가를 낸 20대 교사는 “설마 위치 추적까지 하겠냐는 생각이 들면서도 혹시나 해서 진단서만 받아두고 집에서 보낼 계획”이라며 “병가를 낸 동료 중 이 같은 이유로 집에서 조용히 추모한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