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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자존심 지켰다

중위험 6개월 수익률 5.92%

증권사 평균 5.31%보다 높아

TDF 분산투자로 리스크 줄여

'머니무브' 막을수 있을지 주목





올해 본격 도입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중위험 퇴직연금 상품 시장에서 은행권이 증권사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식·채권 등 투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퇴직연금의 경우 은행에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가 예측돼왔지만 은행권이 수익률에서 선방하며 이 같은 추세를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공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은행 8곳이 운용 중인 중위험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의 6개월 평균 수익률이 증권사 평균(5.31%)보다 0.61%포인트 높은 5.92%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때 미리 선택한 상품으로 적립금이 자동 투자되도록 하는 제도다.

은행권의 고위험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의 6개월 평균 수익률 역시 증권사 평균(8.83%)과 비슷한 수준인 8.73%를 나타내며 원금 비보장형 상품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위험 상품의 경우 은행권의 6개월 평균 수익률은 4.06%로 증권사(4.38%) 대비 0.32%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은행권의 중위험 디폴트옵션 상품은 타깃데이트펀드(TDF) 상품을 원리금 보장형 상품인 정기예금과 함께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TDF의 경우에도 글로벌 대형주의 비중이 컸다. 6개월 평균 6%대 수익률을 기록한 ‘우리은행 디폴트옵션 중위험 포트폴리오2’의 경우 농협은행 디폴트옵션 정기예금 3년(비중 30%) 이외에도 국내외 주식·채권 중심의 ‘KB 온국민 TDF 2035 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O-퇴직’(30%)과 마이크로소프트·삼성전자 등의 비중이 높은 ‘미래에셋 전략배분 TDF2035 혼합자산자투자신탁O(40%)’을 담고 있다.

은행권은 고위험 상품의 경우에도 여러 TDF에 분산투자해 손실 위험을 낮췄다. 6개월 수익률 9%를 기록한 ‘하나은행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1’의 경우 ‘한국 투자 TDF 알아서 2045 증권투자신탁(20%)’ ‘한화 LifePlus TDF 2045 증권 투자신탁(30%)’ ‘미래에셋 전략 배분 TDF 2045 혼합 자산자투자신탁(50%)’으로 상품을 구성했다. 단일 TDF로 구성된 증권사의 고위험 상품과는 차이가 있다.

시장점유율에서도 은행이 증권사를 크게 앞섰다. 지난 2분기 기준 은행 8곳의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립금 규모는 증권사 전체를 합친 약 1033억 원의 10배에 가까운 9924억 원을 기록했다. 디폴트옵션의 시행 이후 증권사로의 고객 이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장 우위를 지킨 것이다. 다만 제도가 올해부터 도입됐고 운용사별 투자 성격이 다른 만큼 장기 운용 성과를 지켜본 뒤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상품의 경우) 고객의 은퇴 자금임을 기본 전제로 장기 투자 목표를 갖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쌓아나가는 구조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전략을 운용한다”며 “증권사의 경우 은행권보다는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편이며 구성된 상품이 영향을 받는 시장 상황에 따른 수익·손실의 편차가 크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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