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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불황에도 패키징 투자 결단한 삼성… "정부 적극적 지원 절실"

[변곡점 맞는 K반도체 40년] <중> 이제는 초패키징 시대

인텔 등 경쟁업체 패키징 투자 급감에도

삼성, 이재용 직접 나서 공격투자 강조

정부 내년 패키징 예산 64억…경쟁국에 밀려

"미국처럼 세제 혜택 외 보조금 줘야"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천안 반도체 패키징라인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 2월 천안·온양 캠퍼스를 방문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곳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패키징을 맡고 있는 생산 라인이라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패키징 분야에 대한 삼성의 독한 투자 의지를 이 회장이 직접 나서 대내외에 확인시켜준 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반도체 리서치기업인 욜그룹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패키징 분야에 20억 달러(약 2조 6500억 원)의 설비투자를 집행했으며 올해 투자 규모 역시 1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전 세계를 휩쓴 역대급 반도체 불황 속에 투자 규모가 10%가량 줄기는 했지만 경쟁 업체인 인텔이나 TSMC가 이 분야의 투자를 최대 25% 줄인 것과 비교하면 매출 감소세 속에서도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맨 셈이다.

반도체 장비 업체의 한 관계자는 “세상을 놀라게 한 미국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인 H100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하나로 연결해 만드는데 이때 핵심 공정이 패키징”이라며 “앞으로는 패키징 공정에서 앞서나가는 기업이 고부가제품의 생산을 독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세계 패키징 시장이 올해 574억 달러에서 2025년 649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패키징 생태계가 대만이나 미국 등에 비해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자체 패키징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범용 제품은 대부분 외주 후공정(OSAT)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OSAT 시장에서는 대만 ASE와 미국 앰코, 중국 JCET 등이 1~3위를 차지하고 우리나라 업체는 10위권에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 등 경쟁국에 밀리는 반도체 보조금도 문제다. 미국은 반도체기금을 통한 직접 지원 예산만 527억 달러(약 69조 8000억 원)에 이르고 여기에 세액공제 효과는 10년간 240억 달러(약 31조 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내년 우리나라 반도체 패키징 지원 예산은 64억 원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가 각종 반도체 산업에 각종 세제 지원을 주기는 했지만 이와 별도로 보다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세제 지원 측면에서도 우리나라의 지원이 대만 등과 비교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연간 순이익 2조 원인 반도체 기업이 설비, 연구개발(R&D)에 각각 5000억 원, 총 1조 원씩을 투자할 경우 대만에서는 2550억 원만 세금으로 내면 되지만 한국에서는 3400억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24%)이 대만(20%)보다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각종 공제를 받더라도 최소한으로 물어야 하는 최저한세율이 17%에 달해 대만보다 5%포인트나 높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세수 펑크 우려 때문에 법인세에 대한 추가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장기적 측면에서 세제 개혁을 지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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