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전년 동기 대비)로 발표되자 시장에서는 “생각보다 더 올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부가 그간 숱하게 8월 일시적으로 3%대로 물가가 오를 수 있다고 김을 빼왔지만 상승률이 3% 중반대까지 갈 것으로 보는 이는 적었던 탓이다. 심지어 신한투자증권은 8월 소비자물가로 2.8%를 예상하기도 했다.
예상보다 더 높은 물가 상승률의 배경으로는 갑작스러운 유가 상승과 이상기후에 따른 식품값 상승이 꼽힌다. 석유류 물가는 7월 국제 유가 상승분이 반영되며 전월 대비 8.1%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1% 하락했지만 하락 폭이 전달인 7월(-25.9%)에 비해 크게 줄었다. 실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7월 초만 해도 배럴당 70달러 언저리였지만 이달 초에는 장중 86달러를 웃돌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농산물 가격의 경우에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5.4%나 올랐다. 7~8월 이어진 집중호우의 영향이 컸다.
정부는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누그러드는 10월부터 물가 상승률이 다시 2%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국제 유가는 아직 변동성이 큰 상황이지만 8월 중순 이후 배럴당 80달러대 중후반에서 등락하며 국내 석유류 가격도 8월 말부터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호우·폭염의 영향으로 상승했던 농산물 가격도 기상 여건이 개선되면서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런 정부의 설명을 뒷받침한다. 근원물가는 1년 전에 비해서는 3.9% 올랐지만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에 그쳤다. 개인 서비스 물가 상승률도 4.3%를 나타내면서 2022년 2월(4.3%) 이후 18개월 만에 최저 상승 폭을 보였다.
변수는 고공 행진 중인 국제 유가다. 당장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이 감산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현 수준에서 추가로 상승할 시 물가 상승률이 연말까지 3%대를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9월에도 8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이 예상되지만 4분기 전체로 보면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향후 국제 유가 추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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