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할부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4%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카드채 금리가 지난달부터 소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승분이 반영될 때까지 시차가 있는 만큼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 등 6개 전업 카드사의 자동차 신차 할부 금리(신형 그랜저 구매 시·30% 선수금, 36개월 할부 기준)는 5.1~8.7%였다. 전달보다 금리 하단이 소폭 더 내려가면서 4%대를 넘보고 있다. 지난해 말 7%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8개월여 새 2%포인트 이상 금리가 하락한 것이다.
자동차 할부 금리가 하향 추세를 보이는 것은 카드채 금리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연 6%를 웃돌았던 여전채 3년물 금리는 올해 4월 3.75%까지 하락했다. 이후 조금씩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달 5일 기준 4.6%대를 기록하고 있다.
여전채 금리가 올 4월보다는 상승한 상황이지만 채권 금리가 실제 할부 금융 금리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에 자동차 할부 금리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당장 시장에서 채권 금리가 오르더라도 실제 금융상품에 반영되기까지는 대체로 2~3개월 정도 걸린다”며 “지난달 채권 금리가 오르기는 했지만 당장 반영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권 금리 하락이 할부 금리 인하의 가장 큰 이유이지만 카드사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자동차 할부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카드사의 전략이 영향을 끼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국내에서 팔린 자동차(수입차 제외)는 87만 767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79만 5378대)보다 10%가량 늘었다. 고금리에도 자동차 수요는 꾸준히 늘어난 셈이다.
자동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올해 1분기 카드사와 캐피털사의 자동차 할부 금융 잔액은 40조 9086억 원으로 지난해 말(40조 7208억 원)보다 2000억 원 가까이 늘었다. 1분기 취급액도 7조 4504억 원으로 지난해(22조 9612억 원)의 3분의 1에 달했다. 특히 올해 1분기 앞선 6개 카드사들의 자동차 할부 금융 수익은 963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774억 원)보다는 24.5% 증가했는데 1분기 이들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이 5000억 원 정도였음을 보면 수익성도 나쁘지 않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카드채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할부 금융 금리가 이전처럼 가파르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채권 금리 상승세가 이달 들어서는 미국의 긴축 연장 등 채권 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소 옅어지면서 주춤해진 데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자동차 할부 금융 시장에 뛰어드는 등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시장에서 경쟁이 심해지면 카드사든 캐피털사든 금리를 쉽게 올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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