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평균 시가배당률이 10%까지 치솟고 있다. 알짜 자산을 보유한 대형 리츠들을 중심으로 투자 매력이 높아지자 연기금 및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은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고 나섰다. 자산운용사들은 상장 리츠에 집중 투자하는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자금을 모집하는 펀드)’를 활용해 저평가 리츠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
7일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국내 23개 전체 상장 리츠의 평균 시가배당률은 9.07%로 집계됐다. 시가총액 1위인 SK리츠(395400)가 5.83%로 상대적으로 저조한데 제이알글로벌리츠(348950)(9.52%)·KB스타리츠(432320)(9.64%) 등 대형사 중에서도 시가배당률이 10%에 육박하는 종목이 출현했다. 중소형 리츠 중 케이탑리츠(145270)(10.88%)가 시가배당률 10%를 넘겼으며 디앤디플랫폼리츠(377190)(9.87%)·미래에셋글로벌리츠(396690)(9.66%)·신한서부티엔디리츠(404990)(9.51%)·NH올원리츠(400760)(9.26%) 등도 시가배당률이 높게 형성됐다.
리츠의 시가배당률 상승은 최근 리츠주 하락이 1차 원인이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과 은행 대출 등을 통해 마련한 돈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배당한다. 시가배당률이란 최근 리츠가 분배했던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비율이다. 배당금이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라고 할 때 주가가 떨어지면서 시가배당률이 높아진 것이다.
최근 6개월간 마스턴프리미어리츠(357430)의 주가 하락 폭이 약 26%로 가장 컸고 KB스타리츠(-24%)·미래에셋글로벌리츠(-20%)·신한서부티엔디리츠(-20%) 등 전체 23개 리츠 중 16개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해부터 시중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리츠가 부담할 이자비용이 급증하자 투자 심리가 악화된 때문이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까지 빠지면서 대출 기관들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향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 상반기 LTV를 적정선으로 맞추기 위해 상당수 리츠들이 지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섰는데 이에 따라 지분율이 희석된 리츠들의 주가 하락이 가속화됐다. 올 들어 SK리츠·신한알파리츠·이지스밸류리츠 등은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며 신한서부티엔디리츠·NH올원리츠 등은 지난달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도 했다.
대부분 리츠의 시가배당률이 높아지자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국내 상장 리츠 투자용 펀드를 추가 조성하며 기관투자가 유치에 나서고 있다. 실제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달 총 4개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해 신한서부티엔디리츠와 NH올원리츠가 발행한 CB를 각각 90억 원, 70억 원씩 담았다. 주가 하락으로 전환가액이 대폭 낮아진 상황을 활용한 셈이다. 마스턴투자운용과 코람코자산운용 등 리츠 펀드를 보유한 다른 운용사들도 관련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큰손 출자자(LP)들을 접촉하고 있다.
이지스운용 관계자는 “국내 상장 리츠에 투자하는 펀드의 총 운용자산 규모가 3700억 원까지 늘었다”면서 “상장 리츠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하거나 리츠가 발행하는 비상장 우선주·대출에도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리츠 운용사들은 추가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주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와 KB스타리츠는 주가 하락 관련 설명 자료를 최근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했고 SK리츠도 자산 내 추가 편입을 결정한 SK하이닉스 수처리센터의 자세한 매입 구조를 설명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리츠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리츠들의 시가배당률이 상장 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 여기에 주가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어 투자 매력이 높아진 것은 맞다”면서도 “이자 부담이 늘고 자산 매각이 진행되는 리츠들은 실제 배당금이 축소될 수 있어 투자에 앞서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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