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출시 20주년을 맞은 방카슈랑스(은행 판매 보험) 규제 완화 논의에 군불을 다시 지폈다. 판매 비중을 제한하는 ‘25% 룰’을 포함해 온라인 상품 권유 금지와 같은 시대착오적 규제들을 걷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광수 전국은행연합회장은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방카슈랑스 20주년 세미나’에서 “2003년 도입 당시 마련된 판매 상품 제한, 판매 비율 제한, 모집 방법 제한 등 규제로 인해 소비자의 편익 증진에 많은 제한을 받고 있다”며 “합리적인 규제 개선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방카슈랑스는 2003년 금융 서비스 개선, 금융소비자의 편익 증진, 보험 및 금융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도입됐다. 당시 설계사 보호 등 시장 안정성 등을 고려해 4단계에 걸쳐 저축성 및 상해보험, 순수 보장성 보험, 만기 환급형 보험 등으로 확대됐으나 보험설계사 측의 반발로 종신 및 자동차보험 판매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김 회장은 특히 25% 룰로 불리는 상품 비율 규제를 금융 산업의 자율 경쟁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규제로 꼽았다. 25% 룰은 은행마다 특정 보험사(생명보험·손해보험 각각)의 상품 판매 금액이 연간 신규 판매액의 25%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이다. 올해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보험권이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낮은 저축성 보험 판매를 중지하고 방카슈랑스 영업을 대폭 축소하면서 대다수 은행이 규제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5대 은행(농협·신한·우리·하나·국민)의 최근 3개년 방카슈랑스 판매량 중 손보 판매 비중은 평균 2.1%에 불과하다. 김 회장은 “판매 비율 규제로 고객의 필요보다 보험사별 상품 판매 비율을 우선 고려하게 돼 소비자의 불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미나 발제자로 참석한 정희문 국민은행 방카유닛 부장은 “금융 환경 변화를 반영해 판매 비율의 손·생보 통합 적용 또는 판매 비율을 25%에서 33%로 완화하는 현실적인 개선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내년 도입될 온라인 보험 플랫폼에 참여할 수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보험 상품을 온라인·텔레마케팅 등으로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는 시대임에도 은행은 점포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만 방카슈랑스 판매가 가능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불특정 다수 대상 모집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은행은 온라인으로 보험 상품 비교·추천을 할 수 없고 온라인 보험 플랫폼 사업자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김 회장은 “온라인 보험 시장에서 사업자 간 규제 차익이 발생하고 방카슈랑스 이용 고객은 거래 은행 앱에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는 문제점이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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