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요 부진으로 급격하게 둔화한 D램 시장이 올 4분기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낸드 시장 역시 회복세를 띄면서 내년에는 메모리 시장이 전체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세계 메모리 업계를 주도하는 회사들의 대규모 설비 투자도 내년 하반기 이후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7일 시장 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서울 삼성동 회사 사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시장 전망을 밝혔다. 반도체 시장 현황에 대한 발표에 나선 안드리아 라티 테크인사이츠 디렉터는 “올해 D램 시장 규모는 2022년 대비 40% 감소한 500억달러(약 66조 7650억 원) 수준이지만 내년은 올해보다 37% 증가한 69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용 고용량 제품을 필두로 가전·모바일에 쓰이는 D램 수요가 서서히 살아나면서 시장 매출도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테크인사이츠 측은 또다른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 역시 내년 큰 증가폭을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내년 낸드플래시 시장은 50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가 전망된다.
라티 디렉터가 전망한 내년 글로벌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는 6080억달러다. 반도체의 종류를 크게 집적회로(IC), D램, 낸드플래시, 로직반도체, 아날로그·전력반도체, 자동차용 반도체 등으로 분류했는데 이 가운데 메모리 시장의 증가폭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라티 디렉터는 “지난 1년 간 수요 하락폭이 컸던 만큼 회복세 역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유의미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계 양대 메모리 회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내년 반도체 초호황 사이클을 탈 것으로 점쳐진다. 메모리 사업이 메인인 삼성전자는 반도체(DS) 부문에서만 상반기에 9조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고 업계 2위 SK하이닉스는 6조 3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안드리아 라티 디렉터는 업황 회복은 물론 2024년 2분기부터 2025년까지 메모리 업계가 수요 대응을 위한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화웨이의 신규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기린 9000s' 내부를 분석한 것으로 유명세를 탄 테크인사이츠는 구체적인 분석 결과와 현미경 사진도 공개했다. 이들은 기린 9000s 칩이 극자외선(EUV)을 활용하지 않은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옥남도 테크인사이츠 지사장은 화웨이 칩 분석에 대해 “기린9000s를 만든 현지 파운드리(칩 위탁생산) 업체 SMIC의 7나노 2세대 공정은 1세대 대비 한층 진보성이 있다고 보여진다”며 "신기술에 대한 과감한 채택이나 연구개발(R&D)의 진보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