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를 지갑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이더리움 표준 ‘ERC-6551’이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개발자의 상상력에 따라 NFT 사용성이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논스에서 스페이스 바 주최로 ‘ERC-6551’ 관련 밋업이 열렸다. 스페이스 바는 ERC-6551 기술을 도입한 블록체인 게임이다. 이날 행사에서 발표를 맡은 베니 지앙 퓨처 프리머티브 공동설립자는 기존 ERC-721의 한계점을 3개로 요약했다. ▲구매·매매·거래 이외의 논리를 처리하도록 설계되지 않았고 ▲다른 체인으로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으며 ▲온라인에서 정체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ERC-721은 일반적으로 발행되는 NFT의 이더리움 표준이다. 지루한원숭이들의요트클럽(BAYC), 크립토키티 등 대다수 NFT가 ERC-721 표준에 따라 발행됐다.
ERC-6551은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다. 핵심은 NFT를 지갑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ERC-721로 발행된 캐릭터 NFT에 모자 NFT를 입히려고 한다고 가정해보자. 과거에는 각각의 NFT를 따로 발행해서 지갑에 별도로 옮겨야 했다. 각각의 NFT를 팔 때도 이중으로 가스비를 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반면 ERC-6551을 활용해 스마트 지갑 토큰 바운드 어카운트(TBA, Token Bound Accounts)를 생성하면 기존에 ERC-721로 발행된 NFT에 다양한 NFT를 손쉽게 조합할 수 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NFT에 여러 자산을 묶기 수월해진다. NFT를 거래할 때도 이 지갑을 팔면 지갑에 담겨 있는 자산도 함께 넘어간다. NFT의 활동 내역이 온체인 상에 고스란히 기록된다는 점도 이득이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반 게임에선 캐릭터 NFT에 다양한 아이템 NFT를 부착하기 쉬워진다. 어떤 아이템을 얻었고, 되팔았는지 등이 모두 온체인 데이터에 기록됨에 따라 해당 캐릭터 NFT를 보유한 이의 정체성을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가 게임에 얼마나 투자했는지도 데이터로 입증 가능해진다. TBA를 활용해 새로운 NFT 금융 상품을 만들 수도 있다. 이를테면 샌드박스 랜드(LAND)와 아이템 NFT를 묶어 하나의 NFT로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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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베이스도 최근 ‘NFT의 미래 잠금 해제: ERC-6551 TBA’ 란 제목의 공식 블로그 글을 통해 “TBA는 부동산, 주식, 채권 및 물리적 자산과 같은 다양한 보유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투자자에게 혁신적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소유권 이전 절차를 간소화해 포트폴리오를 거래하는 데도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ERC-6551의 유연함, 보편적 적용 가능성이 혁신 포인트”라면서 “ERC-721 토큰도 지갑화할 수 있고, 지갑화 가능하다는 건 지갑이 컨트랙트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NFT 안에 다른 자산을 넣든, NFT로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를 하든, NFT 안에 포트폴리오를 만들든 개발자 상상력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과연 ERC-6551이 NFT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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