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의 파동도 허락하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균형이 막판까지 이어졌다. 한쪽은 평균 타수 1위의 박지영(27·한국토지신탁), 다른 한쪽은 상금 랭킹 1위를 달리는 이예원(20·KB금융그룹)이었다. 둘은 똑같이 시즌 2승을 거두고 있었다.
‘이대로면 연장 가겠다’ 싶던 15번 홀(파5)에서 균형이 깨졌다. 박지영이 버디를 잡는 사이 이예원은 보기를 범하면서 2타 차이로 엇갈렸고 이것으로 대세는 기울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간판 선수이면서도 메이저 우승이 없어 아쉬움이 있던 박지영이 마침내 ‘메이저 퀸’ 타이틀을 따냈다. 9년 간 메이저 40번째 도전 만에 이룬 ‘39전 40기’다.
박지영은 10일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 이천GC(파72)에서 끝난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나흘 합계 2언더파 286타로 우승했다. 1오버파 2위 그룹의 이예원, 이가영, 김민별을 3타 차로 따돌렸다. 유일한 언더파 우승. 선두 이가영과 2타 차, 2위 이예원과 1타 차의 3위로 출발한 박지영은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타를 줄여 상금 2억 16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가장 먼저 3승 고지를 밟으면서 통산 7승째를 올렸다.
상금 2위의 박지영은 약 1억 8000만 원이던 이예원과 격차를 약 6600만 원으로 바짝 좁혔다. 대상(MVP) 포인트에서도 1위 이예원과 차이가 단 8점인 2위다. 평균 타수는 1위가 박지영, 2위 이예원이다. 2015년 신인상 출신이지만 그 외 주요 타이틀은 타본 적 없는 박지영은 올해 최소타수상, 상금왕, 대상, 다승왕까지 싹쓸이 기대를 부풀렸다.
위기 뒤 기회를 어떻게 성과로 연결시키는지 보여준 표본 같은 우승이었다. 이예원과 팽팽한 승부가 계속되던 14번 홀(파4)에서 박지영은 큰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카트 도로 오른쪽에 멈춘 것. 다음 순서로 친 이예원은 똑바로 페어웨이에 공을 떨어뜨렸다. 박지영은 카트길 바깥의 잔디가 듬성듬성한 곳에 벌타 없이 드롭했으나 정확한 샷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이 샷을 그린에 잘 올렸다. 이어 롱 퍼트를 잘 붙여 파 세이브에 성공하면서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위기를 잘 넘기자 15번 홀(파5)에서 곧바로 기회가 왔다. 이예원이 물을 넘기는 세 번째 샷을 그린 앞 벙커에 빠뜨린 반면 박지영은 146야드 거리에서 친 세 번째 샷으로 2m 남짓한 버디 찬스를 만들었다. 박지영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정확한 스트로크로 공이 홀에 미치기도 전에 확신의 주먹을 내질렀고 버디 성공에 따른 갤러리 박수를 즐겼다. 이예원의 보기로 박지영은 이 한 홀에서 2타 차로 달아나 승기를 잡았다.
이날 박지영은 쉽지 않은 파 퍼트를 계속해서 성공하며 이예원을 압박해왔는데 17번 홀(파4)에서도 2m에 가까운 까다로운 파 퍼트를 세이브하면서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은 지난해까지 여덟 번 출전하는 동안 톱 10 진입이 한 번일 정도로 박지영과 인연이 없어 보였으나 아홉 번 도전 만에 잊지 못할 추억을 안긴 대회가 됐다. 박지영은 “나흘 간 너무 어려웠는데 그래도 버텨낸 제 자신에게 고맙다”며 “14번 홀 티샷을 치고 ‘끝났다’ 싶었다. 하지만 공이 살았다는 것을 알자마자 무조건 파를 해낸다는 각오였다”고 돌아봤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미스가 나온다는 생각으로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했다”는 그는 “목표였던 시즌 2승을 초과 달성했지만 4승까지 가보겠다”고 했다.
이예원은 마지막 홀 보기에 단독 2위마저 내주고 말았다. 신인 김민별이 5타나 줄이며 2위 그룹에 합류했고 이가영은 4번 홀(파4) 더블 보기 등으로 4타를 잃고 역전패했다. 박민지는 7오버파 공동 11위로 마감했으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메이저 퀸 전인지는 7타를 까먹어 17오버파 공동 54위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