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온라인 리뷰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입법적 보완과 플랫폼 업계 자율규약 확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보통신정책학회는 8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디지털 평판체계의 신뢰성을 위한 온라인소비자리뷰 정책과 자율규제 논의’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상용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라인 리뷰는 소비자 선택 뿐 아니라 기업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영향력을 지닌다”며 “특히 평점보다도 텍스트로 된 의사 표현이 소비자들의 의사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연구자들의 공통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서 “기업들은 리뷰를 서비스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면밀한 분석을 거친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배달 플랫폼은 리뷰와 관련해 현재 ‘임시조치’ 기능을 운영중이다. 명예 훼손·거짓 사실 등을 담은 리뷰는 입점 자영업자들의 요청을 거쳐 30일 간 블라인드 조치된다. 이는 정보통신망법에서 정한 최대 기간이다. 악의적인 리뷰로 인한 입점 업체들의 피해를 줄인다는 취지였다.
이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이 플랫폼 내에서 부정적인 리뷰를 삭제하며 평판을 관리하는 남용 사례가 많아졌다는 목소리였다. 옥경영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업주의 권리 침해를 막는다는 이유로 소비자의 의견 표명이 과도하게 제한되고 있다”며 “경험에 의거해 정당하게 작성한 리뷰에 대해서는 임시조치를 제한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플랫폼 업체들은 자영업자들의 임시조치 요청을 사실상 기계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개별 기업이 권리침해여부 등 내용을 직접 판단하기엔 법률적 위험이 따른다는 이유에서다.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리 침해 여부 판단을 가능케 하는 요소가 보완되지 않고서는 임시조치 여부에 관한 책임을 기업에 물을 수 없다”며 “현행 법령의 빈틈을 정부 가이드라인 등으로 보완하거나 기준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부 주관 하에 이해관계자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리뷰 운영정책을 국제 표준(ISO20488)에 맞춘 배달의민족(배민)은 세미나에서 선도 사례로 꼽혔다. 이에 이런 방식의 자율규약이 확산돼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배민 리뷰운영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기본 원칙과 운영 규약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 같은 자율규약이 산업계에 공통된 합의를 이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황 교수는 “임시조치들을 검토한 결과 (내용 없이) 별점만 있는데도 삭제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며 “임시조치 요청 요건을 엄격히 정해서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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