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자원 확보 전쟁이 AI칩 등 컴퓨팅 자원을 넘어 물 확보전으로 번지고 있다. 생성형 AI 개발을 위해 컴퓨팅 자원 이상으로 기업마다 ‘물 안보(Water Security)’가 중요 과제로 떠오르면서 기후 위기 리스크도 대두하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가 발간한 연례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MS의 2022년 회계연도 물 사용량은 64억 리터(ℓ)로 전년 대비 34% 이상 늘었다. 무려 올림픽용 수영장 2500개 이상을 채우고도 남는 규모다. 2021년만 해도 전년 대비 13% 증가한 47억ℓ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급격히 물 소비량이 늘어난 것이다. 데이터센터의 주요 인프라는 컴퓨팅 자원과 냉각 용수 두 가지로 나뉜다. 미국 아이오와주의 MS 데이터센터는 인근 라쿤강과 디모인강 유역에서 막대한 용수를 끌어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MS의 물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난 원인으로 오픈AI의 챗GPT 서비스를 꼽는다. 오픈AI와의 파트너십 이후 GPT4 기반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 구동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센터에서 냉각을 위해 막대한 용수를 필요로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는 2030년까지 물 소비량보다 보충량을 높이겠다는 MS의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ve)’ 비전과도 배치된다. 캘리포니아 주립대(UC) 리버사이드의 샤오레이 렌 교수는 “데이터센터의 위치나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챗GPT 이용자들이 질문이나 프롬프트를 5~50번 입력할 때 챗GPT는 500밀리리터(㎖)의 물을 쓴다”며 “저마다 물 관련 미션을 아름답게 포장하고 있지만 물 사용량이 늘어나는 건 바꿀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지난해 전년 대비 20% 늘어난 211억 ℓ의 용수 사용량을 기록했다. 구글 역시 생성형AI 붐으로 인한 막대한 자원 투입이 물 사용량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 같은 물 사용량 증가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생성형 AI 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억 달러에서 2032년 1조3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평균 성장률(CAGR)이 42%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물 사용량 또한 비례해 늘어나면 기후 위기 문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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