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잠룡으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중교통 할인 정책을 놓고 맞붙은 모양새다.
11일 서울시는 월 6만5000원을 내면 서울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모두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기후동행카드’를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인상분이 반영된 내년 기본요금(지하철 1400원·시내버스 1500원·마을버스 1200원)을 적용하면 서울에서 하루 2회 이상 대중교통을 탈 경우 요금 할인 혜택이 생긴다.
이러한 기후동행카드에 대해 정부가 추진하는 K패스와 중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내부에서도 서울시의 발표에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로 전해졌다. 대광위는 지난달 지하철과 버스를 월 21회 이상 이용하면 교통비의 20~53%를 최대 60회까지 적립해 다음 달 환급 해주는 ‘K패스’를 내년 7월부터 도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 시장은 "K패스는 단순 교통 요금 할인 제도"라며 "개인의 교통수단 이용 패턴에 따라 경제적 이익이 달라질 텐데, 아마도 수도권에서는 기후동행카드가 더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송기관 적자가 늘어남에 따라 대중교통 요금은 줄줄이 오르고 있다. 서울시와 정부가 가계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꺼낸 배경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K패스 사업으로 516억원을 담았다. 서울시의 시범 사업 재원은 750억원(서울시 50% 분담)이다.
또 다른 변수는 경기도와 인천의 협조 여부다. 이들 지자체는 현재로서는 K패스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 지금 계획대로라면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승차 할 때나 경기·인천 등 타 지역 버스는 무제한 정기권을 쓸 수 없다. 기본 요금이 다른 광역버스와 신분당선도 불가능하다. 김포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직장인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인 셈이다. 당장 이날 경기도와 인천시는 유감을 표명하며 오 시장에게 반기를 들었다. 오 시장은 수도권은 교통에 관한 한 운명 공동체인 만큼 다른 지자체와 연계가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한편 오 시장과 원 국토부 장관은 지난 2000년 정치권에 뛰어 들었고, 2010년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 맞붙기도 했다. 지난 8일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똑 같이 2%가 나왔다. 오 시장과 원 장관은 지난 7월에는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반등의 기미를 보이자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